지경부 산하기관도 ‘前官의 천국’ 29곳 사장자리 차지… 朴 대통령 공공기관장 물갈이 공언 속 폭풍전야

입력 2013-03-12 18:55 수정 2013-03-12 23:39


지식경제부 산하 60개 공공기관 가운데 29곳의 사장이 전직 공무원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 삼성 등 대기업 출신은 4명, 학계 인사는 10명, 나머지는 기관 내부 및 연계 기관 출신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경부가 12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보고한 ‘공공기관 기관장 및 감사 현황’에 따르면 공공기관 최다 보유 부처인 지경부 산하 기관장은 퇴직한 고위 공무원들이 가장 많았다. 60개 공공기관 가운데 29곳 기관장이 지경부, 특허청,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의 관료 출신이다.

60개 기관 중 비상임으로 월급을 받지 않는 기초전력연구원(원장 김용권 서울대 교수)과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사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을 제외한 58개 기관장의 2011년 결산 기준 평균 연봉은 1억7215만원이다.

청와대에서 사장과 감사를 임명하는 시장형 공기업은 유독 현대 출신 기업인들과 청와대 및 옛 한나라당 인사들이 중용됐다.

지난해 10월 임명된 한국가스공사 주강수 사장은 현대종합상사 부사장 출신이다. 가스공사 사장의 2011년 최종 연봉은 2억8500만원이었다. 사장의 업무추진비는 제외하고, 기본급과 성과급을 더한 액수다. 2012년 연봉은 현재 기재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중이어서 심사를 마치는 오는 6월 이후에나 성과급이 최종 확정된다.

공기업 감사 자리는 ‘낙하산의 꽃’으로 불린다. 사장과 달리 경영에 대한 직접 책임은 지지 않는데도 연봉은 기관장의 60∼70% 수준이어서 억대를 자랑한다.

특히 한전의 5대 발전 자회사들의 감사들이 눈에 띈다. 동서발전은 백해도 현대C&C 부사장, 남동발전은 조우장 서부발전 기술본부장, 남부발전은 정상환 감사원 국장, 서부발전은 남동우 청주시의회 의장, 중부발전은 서정식 인천 언론인클럽 감사를 각각 감사로 영입했다.

청와대 출신으로는 유현국 국가위기관리실 비서관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김장수 정무1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한국전력기술에 입사했다. 모두 1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는다.

연봉 1억6600만원을 받는 한전의 상임감사는 현재 공석이다. 한나라당 제2사무부총장과 충북 청주시장을 역임한 한대수 감사는 지난 1월 말 사퇴했다. 상임감사직이 한달 보름 넘게 공석인 경우는 흔치 않은데 정권교체기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때도 6개월 정도 감사 선임이 지연됐다. 한전 관계자는 “아직 임원추천위원회조차 구성되지 않아 최종 선임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은 국정철학을 공유할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말해 공기업 인사 태풍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지식경제위 소속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은 “새 정부 역시 능력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투명하게 절차에 따라 인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