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한반도] 김정은, 전방부대·민생 현장 오가는 까닭

입력 2013-03-12 18:50 수정 2013-03-13 00:20

내부적 ‘일상적 지도자’ 과시, 외부적 ‘긴장 극대화’ 심리전

한반도 긴장 국면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현장 정치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전방 부대를 찾아 결전 의지를 다지는 한편 양어장 등 민생 현장에서는 여유로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정부는 김 제1위원장이 고도의 심리전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 7일과 11일(추정) 서해 최전방 부대를 잇달아 방문한 자리에서 호전적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미 합동군사연습기간 대외활동을 하지 않거나 동선을 숨겨온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김 제1위원장이 집권 2년차로 내부 지지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담대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풍기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북한 매체는 12일 김 제1위원장이 용정 양어장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용정 양어장이 황해남도 용연군에 있는 점에 비춰 양어장 방문은 전날 군부대 시찰 도중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제1위원장은 또 인민군 제531군부대 예술선전대의 공연을 관람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그가 ‘해안포병의 노래’ ‘전사의 노래’ ‘병사들아 영웅이 되자’ ‘천만이 총폭탄 되리라’ 등의 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했다. 제531군부대는 평양에 있는 포병부대로 알려져 최근 김 제1위원장의 포병부대 시찰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제1위원장은 앞서 평양시내에 있는 청춘거리 체육촌을 시찰하고 4·25 국방체육단과 압록강국방체육단의 양궁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군부대를 시찰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주민복지, 체육생활 등을 보살피는 일상적인 지도자의 역할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며 “일종의 이중전략”이라고 말했다. 대외적으로는 한·미 양국이 북한의 도발 여부 및 강도 예상을 어렵게 하고 혼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대화와 도발이라는 냉·온탕을 오가며 자신들의 속내를 알기 어렵게 하려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심리전술에 넘어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조선중앙방송과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지속적이면서도 전방위적으로 도발과 관련한 수사적 위협으로 한국에 대해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북한의 심리적 전술에 우리 국민이 동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군 당국은 북한군 최전방 부대에서 탈영자 규모가 급증하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최근 몇 달 사이 최전방 북한군 부대의 탈영자 규모를 추적한 결과 예년과 비교하면 7∼8배나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도 “탈영이 올해 들어서 많은 것 같다”며 “식량부족 등 여건이 좋지 않고 기강이 해이해진 것이 탈영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군 탈영급증 발언은 북한의 심리전에 맞대응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성규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