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 “아프리카, 중국 식민지 우려”… “원자재 빼가고 공산품 판매” 비판

입력 2013-03-12 18:43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가 아프리카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에 대해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아프리카 국가 고위관계자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발언으로 지난달 잠비아에서 열악한 환경을 이유로 중국이 투자한 석탄광산 채굴권이 몰수된 바 있어 아프리카에서 중국 재평가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특히 그의 발언은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되는 제5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국가주석에 취임한 뒤 처음으로 방문할 예정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라미도 사누시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가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에 스스로 문을 열고 있다”며 “중국이 우리의 원자재를 가져가고 공산품을 파는 것은 식민주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자원을 빼가고 공산품을 판매해 아프리카 산업의 공동화가 이뤄지고 있고 이 때문에 아프리카의 저개발도 심화됐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와 중국은 지난해 교역액만 2000억 달러(약 216조원)가 넘어 2000년보다 20배 성장했으나 이 기간 동안 아프리카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12.8%에서 10.5%로 감소했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2000개가 넘는 기업이 아프리카에 진출해 농업과 통신, 에너지, 제조업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또 1991년 이후 23년째 중국 외교부장이 새해 첫 순방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하는 등 자원 확보를 위해 공을 들여왔다.

사누시 총재는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더 이상 아프리카 국가와 같은 저개발국이 아니다”라며 “서방과 같은 착취 능력을 갖춘 거대 경제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당장 이혼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며 착취를 인식하고 다른 한편으로 낙후한 인프라 개선과 교육투자 증대를 촉구했다.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사누시는 2009년 총재 취임 후 통화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올해의 중앙은행 총재’상을 수상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