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노믹스 본격화] “대기업 위주 수직적 분업구조… 中企 생산성·일자리 질 떨어뜨렸다”

입력 2013-03-12 18:38


우리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대기업들의 단가인하 압박과 수직적 분업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가 핵심 경제정책으로 ‘중소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주훈 선임연구위원은 12일 ‘제조업 부문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 제고와 기업 간 분업관계의 개선’ 보고서에서 “1990년대 이후 대기업들이 줄어든 가격경쟁력을 만회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에 생산공정을 떠넘기고 단가를 낮추라는 압박을 가했다”며 “중소기업의 생산비 부담이 커져 저임금근로자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90년대는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제조업의 가격경쟁력이 위협받던 시기다. 수출길이 막히고 국내시장 개방이 본격화되면서 대기업들은 고용을 대폭 줄이고 자동차와 전자 등 기술집약적 산업을 육성하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들에 하청을 줘 부품을 조달하는 수직적 분업구조가 강화됐다. 이 과정에서 20∼499인 규모의 중소·중견 기업은 대기업들이 요구하는 단가를 맞추느라 더 작은 업체에 공정 일부를 넘기는 과정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피라미드의 최하위층인 5인 미만 사업체 수는 1993년 17만230개에서 2010년 21만2139개로 늘었다. 고용도 같은 기간 38만924명에서 45만563명으로 증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영세기업들의 질 낮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영세기업의 비중 또한 높아져 전체 중소기업의 평균적 위상이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불합리한 거래관행도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대기업들은 시장 지위를 활용해 여러 중소기업들과 거래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영업비밀이나 기술유출 부담 때문에 다른 대기업과의 거래가 어려운 상황이다.

김 연구위원은 “기술보급 시기에는 하도급형 수직적 분업이 산업경쟁력을 떠받치는 원천이었지만 기술혁신 단계에서도 유용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대·중소기업 간 관계가 개방적인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중소기업이 혁신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해외수출 마케팅 등 맞춤형 지원을 늘리고 대기업의 통제에서 벗어나 복수거래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