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만t 쌓이는 폐기물에… 농촌들녘 신음
입력 2013-03-12 18:06
폐비닐이나 폐농약봉지 등 영농폐기물이 매년 수만t씩 수거되지 않아 농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고령의 농민들이 영농폐기물에 오래 노출될 경우 암까지 유발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환경컨설팅업체 미래엔바이런이 환경부에 보고한 ‘농촌폐기물 관리 대책’에 따르면 매년 경작에 사용된 폐비닐 7만2000t 정도가 수거되지 않은 채 방치되거나 소각·매립되고 있는 것으로 12일 나타났다. 전체 폐비닐 발생량(32만t)의 22.7% 수준이다. 이렇게 누적된 폐비닐은 지난해까지 88만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폐농약봉지 역시 매년 1만6000t 정도가 수거되지 않는 실정이다. 특히 폐농약봉지는 독성이 강한 농약 잔여물이 토양이나 지하수를 오염시킬 우려도 크다.
영농폐기물이 제대로 수거되지 않는 이유는 지자체가 폐기물 수거를 1차적으로 마을 주민들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지자체는 주민들에게 수거보상비(㎏당 50∼330원)를 지급한다. 그러나 농촌 주민 중에는 노인이 많고 산간 지역 등에 쌓인 폐기물은 수거가 쉽지 않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버려진 폐비닐은 민간업자가 수거하는데 전국 164개 시·군의 폐비닐 수거업자는 124명뿐이다. 민간업자 1명이 시·군 3곳에서 발생하는 폐비닐을 수거하는 경우도 있다. 연구를 진행한 이수철 연구원은 “수익이 많이 남지 않는 지역은 업자들이 수거를 기피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농촌지역 주택의 석면 슬레이트 지붕도 농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농촌지역 주택은 1960·70년대 지어진 것이 많은데 이때 사용된 슬레이트 지붕의 내구연한(30년)이 도래해 농민들이 석면 가루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슬레이트 지붕을 쓰는 농어촌 지역 주택 57만호 중 34만호(59.3%)의 슬레이트 내구연한이 지났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10년간 농어촌 지역 1만6600호의 슬레이트 지붕 철거 계획을 밝혔지만 예산이 부족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이 사업 예산을 1조2800억원 정도로 예상했지만 실제 편성된 예산은 60억원에 그쳤다. 철거비용 일부와 새 지붕 설치비는 농민에게 떠넘겨졌다. 당초 정부 지붕 철거 사업에 신청한 3580가구 중 1208가구(33.7%)는 참여를 포기했다. 이 연구원은 “농민들의 영농폐기물 수거를 지원하고 재활용 방안을 마련할 전담기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