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보다 뜨겁다는 초등학교 반장선거… 시간당 15만원 족집게 과외 성행
입력 2013-03-12 18:04 수정 2013-03-12 17:58
“반장 후보가 12명이나 되다 보니 당선되려면 무조건 튀어야죠. 평범한 유세로는 눈길을 끌기 어려울 것 같아 지난주부터 시간당 15만원짜리 과외를 급히 시작했습니다.”
서울 목동의 학부모 김모(38·여)씨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의 반장선거 준비를 위해 지난주부터 현직 프리랜서 아나운서에게 아이의 스피치 지도를 맡기고 있다. 2주 동안 유세 리허설·연설문 교정 등 맞춤형 스피치 수업을 받는 데 드는 비용은 시간당 15만원. 웬만한 국·영·수 학원비보다 비싼 금액이다. 하지만 김씨는 “이것도 지인을 통해 어렵게 구한 과외”라며 “비싸도 당선만 된다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새 학기를 맞아 반장선거 열기가 뜨겁다. 덩달아 선거 과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후보가 난립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1대 1 맞춤형 ‘족집게 과외’는 물론 ‘반장선거 대비반’을 개설하는 스피치 학원도 등장해 “대선보다 뜨겁다”는 학부모들의 푸념이 나온다. 이들 과외나 학원의 회당 수업료는 10만∼25만원 선. 4∼5회에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유세 원고를 학원에 맡기면 10만∼30만원의 원고료를 별도로 내야 한다. 전교 회장선거의 경우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서울 강남의 A스피치학원 관계자는 “최근에는 겨울방학 때부터 반장선거를 준비한다며 문의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얼마 전 전교 회장선거에 출마한 한 학생의 경우 1대 1 스피치 수업은 물론 전문 스튜디오에서 고가의 출마용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B스피치학원 관계자도 “연설문 준비와 유세 리허설은 기본이고, 심지어 짧은 시간 동안에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마술이나 분장 쇼까지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반장선거 과외 성황의 가장 큰 원인으로 ‘국제중·특목고 열풍’을 꼽는다. 대입은 물론 특목고와 국제중에 이르기까지 교과 외에 리더십·특기·체험·봉사 등 비교과 부문을 중시하는 입학사정관 전형이 크게 늘면서 학교 임원 경력이 중요한 ‘스펙’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자녀가 전교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모(42·여)씨는 “영훈국제중에 지원하는 학생의 80% 정도가 학생회장 경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초등학교 선거에 사교육이 끼어든다는 것 자체가 씁쓸하지만 내 아이의 당선을 위해 사교육이라도 시켜보자는 게 솔직한 부모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