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혹한 속 촌각 다투는 ‘붕장어 잡이’… 극한직업 ‘붕장어잡이’
입력 2013-03-12 17:40
극한직업 ‘붕장어잡이’(EBS·13일 밤 10시45분)
겨울이 끝나갈 무렵의 부산 기장군 학리항. 오목한 항구에는 출항을 준비하는 뱃사람들로 부산하다. 근해어선이 정박한 곳곳에선 낚싯바늘에 미끼를 준비하는 손길로 오랜만에 항구의 활기를 되찾는다. 붕장어잡이철이 돌아온 것이다.
붕장어는 90㎝ 전후의 원추형 고기로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한다. 몸빛은 등 쪽이 다갈색이고, 배 쪽은 백색이다. ‘아나고’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는 일본말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선 해대려(海大?)라 하고, 그 속명을 붕장어라고 했다.
붕장어의 먹이는 오징어와 꽁치. 올해 첫 붕장어 조업에 나선 ‘만일호’ 선원들은 출항 전 미리 미끼를 준비했다. 오징어만 100상자로 무게는 2400㎏이다. 어구인 주낙통도 1200개나 된다.
학리항을 떠나기 직전, 4m의 거센 파도가 일렁인다. 어장까지는 총 8시간이 소요된다. 더구나 그곳은 한일어업협정에 따른 배타적 수역이다. 잘못하다간 일본 어업지도선과 맞닥뜨릴 수 있다. 항해 끝에 도착한 곳은 일본 대마도 인근 바다. 새벽 4시의 바다는 뼈 속을 에는 추위로 선원들의 몸을 움츠리게 한다. 하지만 어군이 포착되면서 흡사 전쟁통으로 변한다. 미끼에 걸린 붕장어를 걷어 올리는 작업은 노동 숙련도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차이가 난다.
한데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벌어졌다. 고기를 끌어 올리는 양승기가 말을 듣지 않은 것이다. 양승기를 못 고친다면 눈앞의 붕장어를 두고도 귀항해야 한다. 노련한 선장은 재빨리 양승기에 달려들어 응급조치를 한다. 예측불허 상황에서 자연과 맞서는 붕장어잡이 선원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 그 망망대해에서 펼쳐지는 5박6일간의 사투를 담았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