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 인사원칙 세워 제대로 운영해야

입력 2013-03-12 17:29

낙하산 논란 없애고 잘못된 관행 뿌리 뽑을 기회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에 대한 물갈이 인사를 예고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대적인 정권 말 낙하산 인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반면 박 대통령도 과거 정권의 잘못된 인사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크다. 특히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야당은 ‘코드 인사’ ‘내 사람 챙기기’라며 비판하고 있다.

정부 부처 산하기관 및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다시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전문성이 없는 정치인과 청와대 등 권력기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자리를 차고 앉아 온갖 문제를 일으켰다.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의 요직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거나 더 좋은 곳에 가기 위해 잠시 머무는 곳으로 생각하며 혁신과 경영합리화를 도외시했다. 더 큰 문제는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급여를 인상하는 등 방만한 경영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취임과 동시에 낙하산 인사를 없애겠다고 약속했지만 좀처럼 지키지 못했다. 심지어 정권 말에 측근 인사를 공공기관에 대거 임명하는 구태마저 되풀이했다. 노무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 폐해를 근절하겠다며 공개적으로 공공기관장의 일괄사표까지 종용했던 이명박 정권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공공기관 인사에 특정 대학이나 이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인연 등이 강조되며 논란이 더 커졌을 뿐이었다.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 인사에서의 전문성과 능력을 누구보다 강조해왔다. 야당 대표 시절에는 노무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 논란에 강하게 대응했고, 대선을 앞두고는 이를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마련한 140개 국정과제에도 ‘낙하산 인사 논란 불식’이라는 표현이 들어있다. 지난 1월 대통령 당선인 시절에는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앞세워 공공기관 감사 등으로 임명되는 정권 말 낙하산 인사에 대해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어느 세력에게도 빚진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 않은가.

박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과거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갑자기 새로운 인선 기준으로 국정철학을 제시함으로써 촉발된 오해를 행동으로 불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인사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임기가 남았는데도 지난 정부에서 임명됐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교체한다면 ‘코드 인사’라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다. 전문성은 물론이고 새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경영자로서의 역량 및 청렴성과 도덕성에 대한 평가 기준을 먼저 제시하고, 그에 따른 인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