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주년 맞은 한·미 FTA, 앞으로가 중요하다

입력 2013-03-12 17:28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로 발효된 지 1주년을 맞는다.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FTA의 순수 효과를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미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7% 늘어난 반면 수입은 7.35% 줄었다. 대미 무역흑자는 102억 달러에서 147억 달러로 44% 늘었다. 경기침체 탓에 기대만큼 수출이 늘지 않았고, 우려했던 수입쪽 타격도 없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5% 증가, 신규 일자리 35만개 창출, 연간 대미 무역흑자 1조4000억원 등 국책연구기관들의 장밋빛 장기전망이 요원해 보이지만 이제 시작이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그나마 당장 관세철폐 혜택을 본 자동차 부품 등의 수출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미국산 오렌지와 체리, 포도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을 빼면 다른 제조품의 가격변화가 거의 없어 FTA 효과를 크게 체감하기 힘들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국내 농축산업이 모두 망할 것이라던 반대론자들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오히려 줄고, 일부 한국산 농산물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나 명분을 잃게 됐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한·미 FTA 후속협의를 통해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아 관세혜택을 얻어내고 논란이 되고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보완해야 한다. 앞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 압력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도 진보·보수를 떠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내수시장 수요가 5000만명에 불과한 우리로선 개방경제를 통해 국가경제 규모를 키워갈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선 다른 나라와의 FTA를 확대해가야 하지만 빗장을 풀게 되면 반대급부로 국내 산업이 받을 충격파가 적지 않다. 농수축산업이나 서비스산업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취약한 분야의 자생력을 키우는 게 시급하다. 정부는 국내 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한·중 FTA, 한·호주 FTA 체결 등으로 얻게 될 득과 실을 면밀히 분석해 시장을 확대해가야 할 것이다.

세계 통상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올해부터 FTA 협상에 들어갔고, 미국 주도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에 일본이 적극 나서고 있어 한·미 FTA 선점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최근에는 일본과 미국 등이 양적완화를 통해 자국 기업을 지원하면서 우리 수출기업들이 사면초가에 놓여있다. 정부의 고환율 정책에 기대 가격으로 경쟁하던 시기는 지났다.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제는 품질과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