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막으려면

입력 2013-03-12 17:27

승부조작 의혹에 연루된 프로농구 원주 동부 강동희 감독이 11일 결국 구속수감됐다. 검찰에 따르면 강 감독은 브로커 두 명으로부터 4700만원을 받고 2011년 2∼3월 모두 4차례 승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 감독의 구속으로 국내 4대 프로스포츠는 모두 승부조작과 연루되는 오명을 안게 됐다. 2011년 축구로 시작된 승부조작 파문은 배구와 야구로 이어졌고 농구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특히 프로팀 현역 감독이 직접 승부조작 의혹을 받고 구속되기는 처음이다.

물론 강 감독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플레이오프에 대비해 주전선수들의 체력을 비축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만큼 설령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다 해서 그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남긴 강 감독이 구속됐다는 것만으로도 체육계가 받은 충격이 엄청나다.

한선교 프로농구연맹(KBL) 총재는 12일 기자회견에서 “팬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면서 “승부조작에 대해 불관용의 원칙하에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단들은 자정을 결의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되풀이됐던 이런 대책으로는 승부조작 관행을 근절할 수 없다.

우선 승부조작의 온상인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부터 뿌리뽑아야 한다.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때에도 정부는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1000개가 넘는 사이트가 운영중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은 대학 스포츠의 아마추어리즘을 되살리는 일이다. 프로 스포츠의 타락은 상급학교 부정입학 시도나 특정 선수의 성적을 위한 양보 강요를 일삼는 학원스포츠의 연장선상에 있다. 중·고교 선수 시절부터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관행을 보고 자란 프로선수가 승부조작이나 돈의 유혹에 취약할 것은 뻔하다. 대학 스포츠 팀을 충원할 때 선진국처럼 희망자가 일반 학생과 같은 조건에서 대학 입학전형을 치르도록 제도를 고치는 것부터 개혁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