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보안 비상] 靑 통신보안 실상… 대통령 動線까지 노출 위험, 기업만도 못한 보안의식
입력 2013-03-13 03:06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는 통신보안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정보기관이나 일반 기업이 내부정보 유출을 우려해 보안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국가기밀이 산적한 청와대는 북한 등 외부세력이 호시탐탐 노리는 대한민국의 심장부다.
◇“청와대 통신보안이 그렇게 중요해?”=청와대 관계자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도 업무용 휴대전화란 게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한 비서관은 지급받은 업무용 폰은 제쳐두고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부터 쓰던 개인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대부분 통화가 예전 전화번호로 걸려오는 데다 스마트폰이 편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수석비서관, 김행·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매일 취재진과 개인 번호로 통화를 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청와대에 새로 투입된 행정관들은 아예 개인용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이들은 아직 정식 임명장을 받지 못한 내정자 신분이어서 업무용 폰을 지급받지 못했다. 스마트폰으로 수석비서관, 비서관 등과 통화를 나누며 보고를 하고 지시를 받는다. 자신이 ‘모시는’ 비서관의 업무용 폰은 전화번호를 아예 모르거나 입력하지도 않고 개인번호만 스마트폰에 저장해 둔 행정관도 있다. 다른 행정관은 스마트폰으로 업무 관련 문서를 관리하기까지 한다. 이들이 다루는 박 대통령 일정만 해도 언론에 엠바고(한시적 보도금지)를 요청해 보도를 자제시키는 2급 국가기밀이다.
◇국정원도 삼성도 MB도 통신보안=국가정보원 직원들은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을 사용한다. 피처폰은 스마트폰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킹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카메라 기능이 포함된 것은 사용이 금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경기도 기흥과 화성의 공장에 모바일 보안시스템을 도입했다. 중앙통제센터에서 임직원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원격으로 차단할 수 있고, 일부 보안지역에서는 자동으로 사용이 제한되는 시스템이다. 삼성, LG 등 대기업들은 보안 시설물 출입구에서 휴대전화 반입을 차단한다. 외부인은 물론 내부 임직원도 예외가 아니다. 독일 등 일부 국가의 경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시켰다.
이명박 정권의 청와대에서는 스마트폰 지급을 두고 소동이 일기도 했다. 2010년 4월 청와대는 국무회의까지 열고 업무용 폰을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이 보안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스마트폰 사용은 위험할 수 있느니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지시를 내려 청와대는 스마트폰 지급 계획을 백지화했다. 지난해에는 한 정부 부처가 직원용 업무폰을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려다 정보당국의 제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 때 할 일을…=청와대가 현 정부 출범 보름이 지나도록 통신보안 체계를 갖추지 못한 근본 원인은 박 대통령의 늑장인선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 시절 박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진의 진용을 공개하지 않다가 취임식을 불과 7일 앞둔 지난달 18일에 허태열 비서실장 등 일부 청와대 인선안을 발표했다. 비서관 인선은 12일에야 공식 발표됐다. 청와대 인선이 늦어지면서 업무용 폰 지급도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수위 시절에 정권을 인수하면서 보안교육에서 업무폰 지급까지 끝냈어야 했는데 그때 못한 일을 지금 와서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