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오지 라후 부족을 사랑한 선교사, 그들과의 애틋한 에피소드 담아… ‘날아라, 나의 아이야’
입력 2013-03-12 17:28
날아라, 나의 아이야/박윤식/지혜로운
이 책은 태국 라오스 미얀마 국경의 산악지대에 살고 있는 라후 부족을 사랑한 한 선교사의 이야기다. 책은 ‘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우리가 평소 읽던 형식의 신앙 간증집이 아니다. 선교사가 쓴 보통의 책과 달리 왜 선교사가 됐고 왜 라후 부족이 사는 마을까지 갔으며 어떤 활동을 했는지가 중심 주제가 아니다. 소설처럼 제3자인 ‘아잔 박’과 부족이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그가 돌아온다’로 시작되는 첫 장은 10년을 함께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10년 후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훌쩍 떠나버린 아잔 박에 대한 빠스의 고백이다. 배신과 분노, 절망과 울분, 그리고 꺾인 희망을 부여잡고 빠스는 교육센터에 침을 뱉고 떠났다.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컸던 것이다. 시간은 흘러 어느새 분노의 감정은 아잔 박을 향한 그리움으로 바뀌었고 어느 날부터인가 빠스는 아잔 박의 기도터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돌아온다는 것이다. 빠스는 기도터에서 한동안 눈물의 고백을 드렸다. 아잔 박이 지은 노래 ‘부디 사랑이게 하옵소서’를 간절한 마음으로 불렀다.
아잔 박은 바로 저자인 박윤식 선교사다. 1989년 당시 부목사로 있던 부산 수정동교회에서 태국 선교사로 파송받아 떠났고 라후 부족과 10여년을 살았다. 마약과 찢어질 듯한 가난 속에서 신음하는 부족을 위해 그는 새로운 농사법을 가르치려고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키웠으며 오이 밭을 일구는 등 서툰 농사꾼의 삶을 살았다. 라후의 미래를 걱정한 그는 아이들을 모아 학교를 보내고 공부도 가르쳤으며 직접 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양육했다.
어려움도 순간순간 찾아왔다. 센터에서 일어난 도둑질에 그는 잘못 가르친 책임을 물어 제자들을 대신해 자신의 몸에 몽둥이를 댔고 죽어가는 부족 성도를 부여잡고 밤새워 알코올로 몸을 닦아내며 돌보기도 했다.
2010년 11월 16일 서울 용산역 인근에서 박 선교사를 만났었다. 다음날 부족과의 10년 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내인 여명순 선교사와 함께 막 길을 떠나려던 참이었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수정동교회에서 담임 목회를 했다. 당시 기자는 “왜 안정적인 목회지를 두고 다시 험한 곳으로 떠나려고 하는가”를 물었다. 그때 박 선교사는 단순하지만 새겨들어야 할 답을 내놓았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하나님 앞에 약속한 것은 꼭 지켜야 한다.”
이 책의 수익금은 현재 서울신대에 유학 중인 라후 부족 신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전액 사용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