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미세먼지 PM2.5

입력 2013-03-12 17:39

요즘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을 만나면 궁금증이 인다. ‘일본인일까.’ 지금까지 마주친 사람을 보면 거의 일본인이었기 때문이다. 관광객인지 한국 거주자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일본인들은 마스크를 좋아하는 걸까. 그동안 현지에서 살펴본 바로는 마스크 착용자가 많은 건 확실하다. 한국에도 겨울엔 방한마스크를 착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본에서는 겨울에도 그렇지만 봄엔 오히려 마스크 착용자가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감기가 유행하기 쉬운 환절기일수록 마스크 착용은 거의 에티켓으로 뿌리내렸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일본인들의 품성이 반영된 셈이다. 꽃가루알레르기 환자가 많은 것도 한 원인이다. 봄 즈음해서는 미디어마다 항(抗)꽃가루알레르기 약 선전으로 가득할 정도다.

봄의 불청객 황사로부터 몸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빼놓을 수 없다. 이뿐 아니라 최근엔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하는 강력한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황사에 섞여 있다는 대기 중의 초미세먼지 PM2.5 때문이다. 요즘 일본의 온갖 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취급하고 있는 주제가 바로 이것이다.

PM(particulate matter)은 미세입자(微細粒子)로 된 물질을 총칭하는데 입자의 크기에 따라 PM10, PM2.5 등으로 구분한다. PM10과 PM2.5는 직경이 각각 10㎛(1㎛는 100만분의 1m) 이하, 2.5㎛ 이하의 미세입자를 가리킨다. 머리카락 굵기가 50∼70㎛임을 감안하면 PM2.5는 그야말로 미세먼지인 셈이다.

문제는 PM2.5가 황사 때 대기 중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호흡기를 통해 유입되면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워낙 미세한 물질이기 때문에 폐에 깊숙이 들어가기도 쉬워 천식, 폐암 등 호흡·순환기계통의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이에 미국과 일본은 각각 1997년과 2009년에 PM2.5에 대한 환경 기준치를 마련해 경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5일 올 들어 처음으로 기준치를 초과한 구마모토(熊本)현에 대해 PM2.5주의보가 내려졌다.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할 때에는 마스크를 필히 착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런데 한국은 왜 이리 잠잠할까. 황사의 영향권인 데다 PM2.5 문제도 일본과 전혀 다르지 않을 텐데. 환경부는 PM2.5에 대해 2015년부터 규제를 시작한다는 것 외엔 일절 모르쇠로 일관할 뿐이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걸까. 마스크부터 써야 할까보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