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땀은 이주민… 또 한 땀은 소외계층 위해… 피부색 달라도 이웃 사랑은 한마음

입력 2013-03-12 17:16 수정 2013-03-12 22:17


어린이날 축제 준비하는 이주여성자조모임 톡투미(Talk To Me)

드르륵드륵득득, 사각사각…하하 호호.

봄바람이 뺨을 간질이던 지난 7일 오후, 서울 청파동에 자리한 이주여성자조모임 ‘톡투미(Talk To Me)’ 사무실은 재봉틀 소리와 가위질 소리, 그리고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했다. 공업용 재봉틀의 우렁찬 소리보다 더 큰 웃음소리로 분위기를 돋우던 우싸 운댕(41·서울 오류동) 사무국장은 막 박음질을 마친 초콜릿색 원단을 들어 보이며 “여기에 솜을 넣으면 모니카 인형이 된다. 모니카는 우리들처럼 피부색이 제각각”이라고 소개했다. 우싸 국장이 박은 인형 원단을 넘겨받아 잰 손놀림으로 가위집을 내던 이레샤 페레라(38·경기 안양3동) 대표는 “모니카는 ‘멀리서 왔다’는 의미의 ‘머니까’에서 나온 이름으로 사랑을 담은 착한 인형”이라고 이름의 유래를 설명했다. 이레샤 대표가 손질한 인형 재료를 모아 파우치 안에 차곡차곡 넣던 호지완(33·염리동) 운영위원은 “이렇게 박음질 해 손질까지 해놓기 때문에 바느질을 잘못해도 손쉽게 인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레사 대표는 스리랑카, 우싸 사무국장은 태국, 호지완씨는 베트남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지금은 한국을 ‘우리나라’라고 말하는 한국인들이다.

이들이 요즘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준비하는 모니카 인형 재료들은 ‘2013 어린이날 특별 프로젝트’ 행사를 위한 것들이다. 프로젝트 명은 ‘나의 이름은 모니카’. 16일부터 4월20일까지 매주 토요일 인형 만들기 프로그램을 펼칠 계획이다. 2회에 걸쳐 이주여성강사가 진행하는 체험교육을 통해 ‘나만의 인형’을 완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참가비는 재료비 포함해 1만5000원. 참가자 중 학생들에게는 8시간의 자원봉사확인증을 준다. 매주 금요일 참가신청을 받는다.

이레샤 대표는 “입던 옷 등 재활용 헝겊을 준비해와 머리와 옷을 만들기 때문에 개성 있는 인형들이 탄생된다”면서 참가자들은 정성껏 만든 인형을 기부해 나누는 기쁨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부 받은 인형을 5월19일 오후 1∼4시(장소 미정) 톡투미 주최 어린이날 나눔행사 ‘모니카랑 놀자’에 참가한 지역아동센터와 다문화가정 아동들에게 선물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선 세계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체험 부스, 다문화가정 어린이들로 구성된 레인보우합창단 공연 등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놀거리 볼거리들이 마련된다.

우싸 사무국장은 “환경이 어려운 지역아동센터 아동까지 초대한다고 하면 놀라는 이들이 더러 있는데, 이는 톡투미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라면서 톡투미의 설립배경을 들려 줬다. 스리랑카 태국 베트남 중국 일본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이주여성 20여명이 주축이 돼 2010년 3월 발족한 톡투미는 도움이 필요한 이주민뿐만 아니라 한국의 소외계층에 나눔을 실천해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설립목적이었다고.

이레샤 대표는 “이주여성,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어렵고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눈길이 싫었다”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문화적 재능을 지역사회에 나눔으로써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이주여성들의 사회 정착과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이들은 창립 첫해부터 노인요양센터의 치매노인 식사도우미, 사랑의 김장나눔행사 등 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쳐 오고 있다. 또, 다양한 세계요리를 가르치는 ‘말하는 레시피 요리교실’, 다양한 나라의 음식으로 차린 출장뷔페와 단체 도시락을 주문받는 ‘말하는 도시락’, 아동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가르치는 체험형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이주여성의 일자리도 마련해주고 있다.

호지완씨는 “톡투미는 이주여성의, 이주여성에 의한, 이주여성을 위한 모임으로 이주민 여성이라면 누구든 와서 속 깊은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정집 같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요리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호지완씨는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보면 절로 힘이 난다. 한국에 와서 일을 할 수 있고 남을 도울 수 있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주여성들의 올곧은 생각과 적극적인 활동에 반해 무보수로 간사 일을 맡아 뛰고 있는 정담빈(26·서울 구기동)씨는 “남을 돕겠다고 나선 씩씩한 회원들이지만 학교에서 차별받는 아이들 때문에 속상해 울먹이기도 한다”면서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차별은 물론 구별하는 일도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떠돌이 생활을 하다 올해 2월 사무실을 마련한 톡투미는 자조모임에서 시민사회단체로 업그레이드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