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포획 제돌이 6월 제주바다로 돌아간다… 서울시, “생명 존엄을 알리는 계기될 것” 방류 계획 발표
입력 2013-03-11 21:55
불법 포획돼 서울대공원에서 공연을 했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올여름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간다. 방류를 결정한지 1년 만이다.
제돌이 야생방류를 위한 시민위원회는 11일 오전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돌이의 훈련 현황 및 방류 계획을 공개했다.
현재 제돌이는 서울대공원에서 활어사냥 등 야생 적응 훈련을 받고 있다. 다음달 말에는 제주도로 돌아가 가두리양식장에서 추가 훈련을 거친 뒤 오는 6월 중 제주 바다에 방류될 예정이다.
제돌이는 2009년 서귀포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된 후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공연해 왔다. 지난해 3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서울대공원의 돌고래쇼를 중단하고 제돌이 방류를 결정했다. 이어 지난해 4월 시민과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시민위원회가 구성됐다. 시민위는 동물 운송, 야생적응훈련장 설치관리, 질병관리, 방류 전 행동연구, 방류 후 추적조사 등 학술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제돌이 방류를 추진해 왔다.
남방큰돌고래는 주로 제주 연안에 무리지어 서식하는 고래다. 이 때문에 제돌이가 제주 바다에 방류될 경우 종족 무리에 다시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무리 합류에 실패해도 제주 연안에서 먹이를 먹으며 살아갈 수 있다면 방류에 성공한 셈이라는 견해도 있다.
최재천 시민위원회 위원장은 “제돌이 야생 방류는 생물종 다양성 보존 및 동물복지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제돌이의 성공적 방류가 생명의 존엄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선 제돌이 방류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사업에는 시 예산 7억5100만원이 든다. 올해 4인 가구 월 최저생계비 154만6399원의 486배에 달한다. 이에 대해 시민위원회는 “제돌이 방류는 단순히 돌고래 한 마리가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인간 탐욕에 의해 희생되는 소중한 생명들을 돌아보게 하는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