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차에 놀이터, 멀미 방지 허브 테라피… 5만원짜리 반려동물 택배
입력 2013-03-11 20:10
최근 인터넷을 통해 애완견을 분양받은 A씨는 난데없는 택배상자를 받아보고 화들짝 놀랐다. 주인이 직접 강아지를 데려올 줄 알고 집 주소를 알려줬는데, 일반 택배상자에 강아지를 넣어 보냈기 때문이다. A씨는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어 “숨구멍도 없는 상자에 동물을 넣어 보내면 어떡하냐”고 따졌다. 그러나 판매자는 “화물 택배 비용이 저렴해 어쩔 수 없었다. 폐사하면 100% 환불을 해줄 텐데 뭐가 걱정이냐”며 도리어 화를 냈다.
인터넷을 통해 매매한 뒤 택배로 보내주는 애완동물 거래가 늘고 있다. 대형 택배회사의 경우 애완동물 등 생명체는 택배 접수를 일절 받지 않지만, 일부 판매자들은 소리가 들리지 않게 방음 포장을 한 뒤 짐짝처럼 애완동물을 보내기도 한다. 특히 화물칸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나 고열에 노출된 동물들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심지어 폐사하는 경우도 있다. 한 인터넷 애완동물 판매 업체는 ‘폐사한 적은 단 두 건뿐이었다’며 이를 자랑스럽게 홍보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동물 학대 논란이 일면서 전문 ‘동물 택배’도 등장했다. 포털사이트에서도 10개가 넘는 애견 택배 업체가 검색됐다. 한 애견 택배 업체는 홈페이지에 ‘9인승 차 뒤쪽에 의자를 접고 담요를 깔아 마당을 만들어 놨다’며 ‘멀미가 심한 동물들을 위해 허브 아로마 테라피, 클래식 음악, 개 웃음소리가 준비돼 있다’고 홍보했다. 애견 택배 이용 가격은 5만∼7만원이나 된다. 일부 업체에서는 45일이 안 된 어린 동물은 배송을 금지하고 있지만,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다.
동물자유연대 채희경 간사는 “반려동물의 의미는 앞으로 함께 살아갈 동반자를 뜻하는 것인데, 일반 짐짝처럼 옮겨지는 택배의 경우 이들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직접 주인이 함께 살아갈 동물과 교감하고 이동 시에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도록 함께 있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