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하 사무실서 공무원 명단 나와… 교과부, 비호커넥션 의혹 은폐급급

입력 2013-03-11 20:10 수정 2013-03-11 21:41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74)씨의 문어발식 대학 확장은 교육 당국의 비호 없이 불가능했다는 것이 교육계 안팎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전남지역 명문 고교 교사 출신인 이씨가 법조계·교육계 등으로 진출한 제자들을 관리해 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감질의서가 이씨 측에 유출됐던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실은 교과부 간부들의 출신 고교 명단을 요구하려 했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씨가 대학을 한창 확장할 때는 이씨의 직속 제자들이 고위직에 있었으나 현재는 모두 퇴직했다”고 해명했다.

◇‘비호 없이 가능할까’ 사학비리 대부의 오뚝이 행보=이씨는 1997년 교비 426억원을 횡령하고도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2개월 뒤 사면복권됐다. 2007년에도 교비 3억8000만원을 횡령했지만 집행유예 2년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최근에는 100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지만 보석으로 석방됐다.

대학 설립 과정도 유착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이씨는 1991년 서남대를 세운 이후 광양보건대, 한려대, 광주예술대 등을 추가로 세워 대학 6개와 고교 3곳을 거느렸다. 특히 2010년에는 절차가 까다로운 서울에 제일대학원대학교를 세웠다. 교육 당국은 1999년 광주예술대를 부실사학으로 퇴출시켰지만 1년 뒤에는 경기도 화성에 신경대 설립을 허가했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의 국감질의서 유출도 미스터리다. 교과부는 감찰까지 벌였지만 유출자를 못 찾았다고 주장한다. 박 의원 측 태도도 석연치 않다. 교과부에 유출자를 밝히라며 으름장을 놨지만 정작 국감 현장에서는 서남대 관련 질의를 뺐다. 유출된 국감질의서 사본을 확인해 달라는 취재 요청도 거부했다.

◇압수수색 사무실에 공무원 명단이 주르륵=검찰은 이씨가 조성한 현금 120억원이 정·관계 로비로 쓰였다고 보고 용처를 캐고 있다. 검찰이 주목한 것은 광주 남광병원에 비밀리에 차려진 사무실(법인기획실)에서 압수된 공무원 명단이다. 압수수색 당시 법인기획실에서 비밀 장부와 함께 공직자 이름이 적힌 다수의 메모지가 경리직원 책상에서 발견됐다. 여기에는 교과부 공무원들 외에도 다른 중앙부처와 지역 공무원들, 지역 법조인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모는 법인기획실 직원이 이씨의 지시 내용을 수기로 적은 것이다. 검찰은 120억원 용처의 단서로 보고 법인기획실 직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법인기획실은 일종의 범법 행위의 컨트롤타워였다. 이씨가 설립한 대학들의 재무회계를 통합 운영하는 방식으로 이씨의 횡령 등 범죄행위를 도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고령이었지만 한 해 280여 차례 서울 등 전국을 다니면서도 매일 한 차례는 법인사무실에 들렀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수시로 법인기획실 여직원에게 현금 봉투를 준비하라고 지시하고 하루에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현금을 직접 받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