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기독교인 거주지역 약탈·방화… 무슬림들 “신성모독” 난입

입력 2013-03-11 19:48

종교 차별에 분노한 파키스탄 기독교인 수백명이 거리로 나서 경찰과 충돌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위는 파키스탄 펀자브 지역 라호르의 이슬람교도들이 지난 9일 신성모독 혐의를 이유로 기독교 거주지역에 난입, 170여채의 집과 교회 등지에 불을 지르고 약탈한 데 대한 항의 표시로 이뤄졌다.

사건은 친구들끼리의 술자리 대화가 발단이 돼 일어났다. 샤히드 이므란이라는 이름의 이슬람교도가 기독교인 친구 사완 마시흐와 대화를 나누다가 다퉜고, 이므란은 친구가 선지자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말을 했다고 신고했다. 신성모독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종신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신문을 통해 사실이 알려진 뒤 이 지역 이슬람교도 3000여명이 마시흐가 사는 동네로 몰려가 난동을 부렸다. 기독교도들은 미리 소식을 듣고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약탈과 방화로 막대한 재산상 손실을 입었다.

항의시위에 나선 기독교도들은 정부에 파괴된 주택을 재건해줄 것과 기독교도 보호책을 강구할 것 등을 요구했다. 시위가 격렬해지자 경찰은 허공에 총을 쏘아 이들을 해산시켰다. 경찰은 “범행을 저지른 이슬람교도 150여명을 체포했다”며 “더 이상 소요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로이터는 라호르 외에도 펀자브 곳곳에서 비교적 평화롭게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구의 1%에 해당하는 기독교인에 대한 탄압은 파키스탄에서 해묵은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학교와 사회에서 암묵적인 차별이 이뤄지고 종종 기독교도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2011년에는 이슬람 근본주의자 사이에서 성경 금지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