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대통령 “폭탄테러 美·탈레반 합작품”

입력 2013-03-11 19:52 수정 2013-03-12 00:33

최근 나토군과 미군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한번 강력 비난했다.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아프간을 선택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의 회담 직전이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전날 19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탈레반의 폭탄 테러가 미국과 탈레반이 공모한 것이며, 미군이 폭력과 불안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폭탄 테러는) 탈레반이 미국을 위해 서비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은 아랍 등지에서 탈레반과 매일 협상을 하는데 이것은 미국이 탈레반을 더 이상 적으로 간주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맹비난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날 도착한 헤이글 장관과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이를 취소했다. 두 사람의 공동기자회견은 2014년 아프간 철군을 앞두고 ‘테러와의 전쟁은 계속된다’는 미국의 의지를 나타내려는 상징적 행사였다. 헤이글 장관으로선 첫 해외 방문부터 모양새를 구기게 됐다. 헤이글 장관은 카르자이와 비공개 회담을 가진 뒤 “정치인들은 언제나 압박 속에 있다. 나도 한때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이해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미국을 비난하는 것은 나토군의 오폭, 미군 특수부대 작전지역에서의 민간인 사망 등이 올 들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미군 철수를 앞둔 상황에서 주도권을 더욱 확실히 잡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걷는 양국 관계가 최근 잇따른 사건으로 위기 국면으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조지프 던포드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은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그런 말을 듣기엔 우리는 12년간 너무 격렬하게 싸웠고 또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고 밝혔다.

한편 11일 아프간 카불 인근 와르다크주의 미군·아프간군 합동기지에서 내부자 공격으로 미군 2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했다. 아프간 보안군도 최소 3명이 사망했다. 사건 당시 헤이글 장관은 시내 다른 곳에 있는 미군 시설에서 브리핑을 듣고 있어 화를 면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