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안철수] 安, 대중과 스킨십 스스럼없어… 아기 껴안고 사진 촬영도

입력 2013-03-11 19:23 수정 2013-03-11 22:28

82일 만에 귀국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는 좀 더 ‘정치인’다운 모습이었다. 카메라 앞에선 결연한 표정과 단호한 목소리로 일관했고, 대중과의 스킨십에도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였다.

안 전 교수는 이틀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간 측근 조광희 변호사와 함께 11일 오후 5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대선 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지낸 김성식 전 의원, 무소속 송호창 의원 등과 30분가량 티타임을 가진 뒤 5시55분쯤 입국장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그를 기다리던 200여명의 지지자들은 “안철수”를 연호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플래카드에는 ‘安의 귀환’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등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어깨에 백팩 가방을 직접 멘 채, 양복에 와이셔츠 차림의 그는 지지자들에게 다가가 “감사하다”는 말을 건네며 악수를 청했다. 특유의 옅은 미소를 띠며 여유로워 보이면서도 오랜만에 터지는 카메라의 플래시를 의식한 듯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공항에는 강인철·금태섭 변호사와 박인복·정기남·이상갑·윤태곤·유민영·김형민 등 대선 캠프의 핵심 관계자 20여명, 자원봉사자들이 마중 나왔다. 공동선대본부장이었던 박선숙 전 의원은 나오지 않았고 장하성 교수와 정연순 변호사는 각각 강의와 재판 때문에 불참했다.

게이트에서 30m 떨어진 기자간담회장 강단에 선 안 전 교수는 취재진 질문에 답할 때 단호한 어조로 의견을 밝히는 등 새로 시작하는 정치인으로서의 비장함도 묻어났다. 양복 상의 안쪽 주머니에서 준비한 회견문을 꺼내 2분여간 담담하게 읽어 내려간 뒤 약 17분간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예정에 없는 즉석 질문에 척척 답하면서도 정치적 파장이 있을 만한 질문에는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안 전 교수는 회견 뒤 5분 남짓 공항에 더 머물며 자신을 환영하러 나온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고 어린아이를 품에 안고 사진 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해 주기도 했다.

앞서 안 전 교수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 숙고의 결과들, 생각들, 결심들을 마음에 담았다”며 “책을 읽고 많이 걸었다. 많은 생각들을 했다”고 말했다. 영화 ‘레미제라블’과 ‘링컨’을 관람했고, 한국에서 가져간 최장집 교수의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을 감명 깊게 봤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석을 이용한 안 전 교수는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미국 생활에 대해 잠깐 언급했다. 그는 “미국에서 칩거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도시 곳곳을 많이 돌아다녔다”며 “차를 렌트해서 직접 운전했다”고 말했다. 또 “산책할 때 모자를 안 썼다. 숨어 다니지 않았다. 죄지은 것도 아니고…”라고 했다.

인천공항=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