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기획-국민일보·NCCK 선정 가볼만한 기독 유적지] (2) 영남 지역

입력 2013-03-11 18:51


계성中엔 3·1운동 당시 태극기 인쇄했던 아담스관이…

영남권 선교는 동학농민운동과 갑오개혁(1894년), 아관파천(1896년) 등 극심한 혼란을 겪었던 1890년대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들과 호주 장로교 선교사들에 의해 시작됐다.

부산·경남 지방은 1890년대부터 미국 북장로교와 호주 장로교 선교부가 공동으로 선교를 시작했다. 호주 장로교는 1890년 데이비스(한국명 덕배시) 선교사를 부산에 파송한 데 이어 1891년 맥케이 선교사 등을 보내 부산시 좌천동에 선교거점을 세웠다. 북장로교 역시 1891년 베어드(한국명 배위량) 선교사를 부산에 보내 호주 선교부와 함께 ‘장로교선교부연합공의회’를 설립, 본격적인 부산·경남 선교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후 북장로교가 중부와 북부지역 선교에 주력하면서 부산·경남 지역 선교는 주로 호주 선교부에 의해 진행됐다.

경북 선교는 1896년부터 부산에서 활동한 북장로교 선교사 베어드가 대구로 거처를 옮기며 시작됐다. 북장로교의 대구 선교거점은 그로부터 3년 뒤인 1899년 개설됐다. 북장로교는 1902년부터 경북 지방을 세 구역으로 나눠 동부 지역은 아담스(한국명 안의와) 선교사, 안동을 포함한 북부는 바렛(한국명 박위렴) 선교사, 서부는 브루엔(한국명 부해리) 선교사가 각각 담당해 전도사역을 감당했다. 북장로교 선교사들은 대구와 안동을 선교 거점으로 삼아 기독교 확산의 계기를 마련했다.

대구 계성중학교에서는 3·1운동 당시 태극기와 독립선언문을 인쇄했던 역사유적지 아담스관을 방문할 수 있다. 현재 아담스관은 교무실과 방송실, 컴퓨터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독립운동 관련 문서들을 인쇄했던 지하실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학교 본관으로 사용돼 온 핸더슨관은 1931년 세워진 고풍스런 벽돌 건물로 영미권의 유명 사립학교를 연상시킨다.

계성중 인근에는 개원 115주년을 앞두고 있는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이 있다. 의료원에는 대구시가 보호수 1호로 지정 보존하고 있는 사과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데, 이 나무는 초대 원장이었던 존슨 선교사가 사택 뒤뜰에 심었던 미국 사과나무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 있는 나무다. 의료원 구역 내에는 선교박물관으로 개방돼 있는 스위츠 주택 등 모두 3채의 선교사 주택이 남아 있어 초기 선교사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부산에는 호주 선교부의 선교 거점으로 사용됐던 유적지들이 많다. 이 가운데 1895년 호주 선교사들이 설립한 일신여학교는 부산 지역 3·1운동의 출발점이 됐던 곳이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에 따르면 1919년 일신여학교 학생들이 독립만세를 부르면서 부산지역 만세운동이 시작됐다. 2006년 복원 공사를 마친 학교 건물에는 100년 전 신교육을 받던 여학생들의 모습과 항일운동 및 당시 기독교 자료 등이 전시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이 외에도 대구의 대구제일교회 (구)예배당과 애락원, 경북 안동 안동교회와 영천 자천교회, 울진 행곡교회, 부산 부산진교회와 성공회 부산주교좌성당 등을 영남 지방의 대표적 기독교 역사 유적지로 추천했다(표 참조)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