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산불

입력 2013-03-11 19:07

인명피해가 가장 컸던 미국의 산불은 1871년 10월 ‘페시티고 화재’다. 위스콘신주 페시티고에서 발생한 불로 1200여명이 숨졌고 17개 마을, 150만㏊가 불탔다. 같은 때 시카고에서도 300명 이상을 희생시킨 화재가 발생해 미국 사회에 충격을 더했다.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1939년 1월 일어난 ‘검은 금요일의 대화재’도 주 전체 면적의 4분의 3에 손실을 끼쳤다. 200만㏊의 삼림, 1100동의 가옥과 제재소가 불탔고 71명이 사망했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의 대싱안링 산맥을 휩쓴 화재는 1987년 5월부터 한달 가까이 계속되면서 100만㏊의 삼림을 유린했고 5만명의 이재민과 193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화재 규모 면에서는 러시아 시베리아 산불의 악명이 높다. 사람이 거의 거주하지 않아 방화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탓에 한번 발생하면 삼림의 대학살로 연결된다. 2003년 여름 시베리아에서 일어난 산불은 남한 면적보다 큰 1100만㏊의 타이가 삼림을 태웠다. 당시 연기는 5000㎞ 떨어진 일본 오사카 상공을 흐렸고, 그을음은 미국 태평양 서안 시애틀에서도 관측됐다. 화재는 값싼 목재를 중국에 밀매하려는 불법 벌목업자에 의해 일어난 것이었다. 1998년 여름 러시아 극동지역 하바롭스크에서 발화한 불은 8개월이나 계속되다 눈이 내려서야 진화됐다.

지난 주말 포항과 울산 등지에서 28건의 산불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00여 민가가 불탔다. 이상고온과 강한 바람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1996년 강원도 고성 산불과 2005년 양양 산불의 참화를 생생히 기억하는 이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산림 당국은 산불특별대책기간을 평소보다 열흘가량 앞당겨 11일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02년 이후 10년 동안 해마다 200건이 넘는 산불이 일어나 200여㏊ 꼴로 숲을 파괴했다. 시기적으로는 봄에 59%가 발생했고 겨울이 28%, 가을이 10%, 여름이 3%다. 발생 원인은 대부분 사람이다. 입산자 실화가 42%, 논·밭두렁 소각 18%, 쓰레기 소각 10%, 담뱃불 실화 9%, 성묘객 실화 6%, 어린이 불장난 2% 등이다.

산불로 사라진 산림생태계가 복원되는 데는 40∼100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제 불조심 포스터를 만들고, 가슴에 경구를 적은 리본을 달고 다니던 시대는 지났다. 하지만 아무리 과학적 방재체계가 구축되더라도 화재는 개인이 조심해서 미리 막는 게 최상책이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