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호선] 두 바퀴에서 꽃이 피다

입력 2013-03-11 20:20


장년기에 접어들면서 두 바퀴의 라이딩은 내게 봄의 햇살 같은 존재다. 평소 고지식한 남편과 가까워지기 위해 3년 전 중고 산악자전거(MTB)를 구입해 타는 법을 지도받게 되었고, 남편은 이때만큼은 사랑 가득 인자하신 선생님으로 돌변했다. 59세에 배운 자전거로 새로운 행운이 시작된 것이다. 남편은 1986년 임진각에서 부산까지 완주했고, 7년 전 17박18일의 전국일주도 완주했다. 제주도, 거제도, 사량도, 소양강 등 한적한 곳을 골라 단둘이 한 팀이 되어 두 바퀴 여행을 했고, 드디어 4대강 자전거길 종주에 도전했다.

봄기운이 완연한 경기도 하남시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은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황토 바닥이 어우러져 안정감을 주었다. 서울 광나루를 지나 남양주 능내역을 따라 폐 철길과 폐 터널을 자전거길로 복원한 아름다운 경관을 눈도장 찍으며 달리는 느낌은 지금 생각해도 상쾌하다. 헬멧에 튕기는 빗방울을 맞으며 문경새재길을 오르는데 청년이 힘들게 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을 보며 왠지 으쓱해지기도 한다. 긴 오르막길에 자전거를 끌고 가지 않고 체력을 분배해 주행하는 묘미를 알게 지도해 준 남편이 고마웠다.

안동댐의 젖줄인 월령교의 출렁이는 물줄기가 가슴 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MTB의 제 맛을 느끼게 해준 무심사와 임도 그리고 박진고개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코스였다. 함안보에서 넓은 갈대밭의 손짓에 화답하며 신나게 달리고 달려 도착한 양산 방부목 교량은 후둘둘한 코스였지만 야간의 라이트를 밝히며 낙동강까지 질주하는 야간 주행도 인상적이었다.

세종시 학나래 교량의 특성을 전국 교량에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나래 교량의 하부는 다락방 같은 인도와 자전거길로 된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공주보에서 벽제보까지 직선과 곡선이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치를 차곡차곡 가슴 속에 행복 보험으로 넣어둔다. 익산 억새밭의 은빛 물결이 즐거움은 주지만 넓고 넓은 기름진 땅에 만약 자작나무가 잘 자란다면 자작 숲을 조성하는 것도 좋겠다는 상상을 해봤다.

담양에 도착하니 메타세쿼이아가 줄지어 반긴다. 웅장한 관방제림의 아름드리 숲을 지나 죽녹원 대나무의 향기와 서걱거림의 울림을 뒤로 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페달을 밟는다. 장시간 라이딩을 하지만 덜 지치는 것은 아침저녁으로 누운 채 맨발 자전거 타기 100번씩 5회, 양팔과 다리를 올려 흔들기 100번씩 5회의 효과라고 한다. 길옆에 주저앉아 도시락 까먹는 재미도 소소한 행복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 국토 서울, 경기, 전라, 충청, 경북, 경남 등 전 지역을 돌아다녀보니 외국 여행도 좋지만 우리 정서에는 역시 우리 고장이 최고라는 자부심도 생겨났다.

남편은 앞바퀴, 나는 뒷바퀴 되어 두 바퀴의 행복 속에 국토종주를 하면서 얻은 보물은 지금도 꽃피고 있는 중이다.

4대강 종주를 마치며 훈훈한 시골 인심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은 적지 않은 수확이었다. 그러나 초행자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좀더 세심하고 정밀한 이정표와 녹도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한번 타보면 4대강변 따라 조성된 자전거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될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 언젠가는 강변길이 외국인 라이더들로 들어찰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것이 관광한국의 참모습이 아닐지 기대해본다.

□필자는 국민일보 주최 ‘4대강 자전거길 종주 체험수기 공모전’ 대상 수상자입니다.

박호선(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