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드는 밤 술 한잔? 깊은 잠 더 못잔다

입력 2013-03-11 19:03


3월 20일 ‘세계 수면의 날’ 불면증 상식의 허와 실

수면장애(불면증)란 말 그대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밤에 잠들기가 어렵거나 자주 깨는 것, 아침에 일찍 깨는 경우, 그리고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 등이 모두 포함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수면에 대한 상식은 의외로 잘못된 것이 많다. 옳지 못한 방법으로 수면을 유도하다가 오히려 불면의 시간을 더 늘리는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일은 세계수면학회(WASM)가 제정한 ‘세계 수면의 날’이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의 도움말로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불면증에 대한 상식의 허실을 짚어본다.

◇하루에 7시간 이상 잠을 자야 정상이다?=건강을 위해 하루 평균 적어도 7∼8시간 정도를 자야 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자기에게 필요한 수면의 양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하루 4시간이면 충분하지만, 또 다른 이는 10시간도 모자랄 수 있을 정도로 개인차가 심하다. 의사들이 보통 7∼8시간 충분히 자는 것이 좋다고 하는 말은 어디까지나 평균적 개념으로 하는 권고일 뿐이란 얘기다.

한마디로 숙면을 취할 수만 있다면 수면 시간이 짧거나, 반대로 너무 긴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신 교수는 “불과 몇 시간을 자더라도 다음 날 피로를 전혀 느끼지 않고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다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보통 잠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노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잠이 줄어든 것처럼 비치는 것은 깊은 잠이 줄어 잠을 자다가 자주 깨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인이 되면 밤잠이 줄어들고 낮잠이 늘어난다. 부족한 잠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밤잠과 낮잠을 합치면 수면의 절대량에서 젊은 사람들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도 꼭 필요한 수면시간은 크게 줄지 않는 것이다.

다만, 주의할 것은 노년기 수면장애의 가장 큰 특징은 젊은이들과 달리 2차성 불면증, 즉 심신에 깃든 어떤 병으로 인해 유발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노인의 경우 한 번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렵고, 잠자는 시간이 크게 부족하다고 생각될 때는 나이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일단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순서다.

◇불면증은 술 한 잔 마시고 자면 해결된다?=잠이 안 올 때는 술을 한 잔 정도 마시고 잠자리에 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술은 여러 가지 면에서 수면위생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잠은 깊이에 따라 얕은 수준의 1단계에서 깊은 수준의 4단계까지 나뉜다. 술을 마시고 자면 이 중 깊은 잠이라고 할 수 있는 3∼4단계의 잠이 줄어든다. 결국 숙면을 취할 수 없게 된다. 흔히 술을 많이 마시고 코까지 골면서 잘 잔 것 같아도 이튿날 피곤함을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신 교수는 “더욱이 잠이 안 온다고 지속적으로 술에 의존하게 되면 간과 위장, 심장 등 소화기와 순환기 계통에 이상이 생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알코올 중독과 같은 정신건강질환을 자초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면제는 중독성이 있으므로 무조건 피하라?=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면제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복용해선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잠이 안 온다고 전적으로 수면제에 매달리는 행동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불면증이 만성화된 상태에서도 중독이 무섭다고 약을 먹지 않고 버티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다.

불면증이 심해서 거의 매일 밤을 뜬 눈으로 새우다시피 한다면 집에서 가까운 수면장애 또는 불면증 클리닉을 찾아 의사와 상담해 볼 것을 권한다. 의사 처방에 따라 적절히 복용하는 수면제는 수면장애로 인한 고통을 줄이고 불면증을 치료하는데도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수면제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환자의 증상과 원인, 나이 등에 따라 각각 다른 수면제가 처방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