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자궁근종절제수술
입력 2013-03-11 19:02
이른바 ‘자궁근종절제수술’을 앞둔 환자들은 ‘수술 후에도 자궁을 정상적으로 잘 보존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가장 많이 걱정한다. 자궁은 생명 탄생에 가장 중요한 장기이고, 자궁근종은 이 장기의 근육에 혹, 즉 양성종양이 생긴 상태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궁근종절제수술의 관건도 무조건 근종을 제거하는 데만 집중하기보다는 자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근종을 절제하는 데 있다. 그래야 장차 아기가 잘 자랄 수 있는 ‘아기집’으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어서다.
그러자면 수술 시 나팔관과 난소가 다치지 않도록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고, 고도의 섬세함과 정교함을 필요로 한다. 그만큼 자궁의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근종절제수술에서 중요하다는 뜻이다.
산부인과 의사가 자궁근종을 제거한 후 마치 커다란 분화구와 같은 형태로 변한 자궁 내 결손 부위를 잘 디자인하고 섬세하게 봉합하는 과정은 예술의 경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궁근종절제수술에도 불구하고 자연임신에 성공해 엄마가 되는 기쁨은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자궁근종절제수술에는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 그리고 로봇수술 등 크게 3가지 방법이 있다. 과거 대부분 개복수술로 이뤄지던 자궁근종절제수술은 지금은 복강경과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로 시술되고 있다. 흉터가 적고, 회복이 빠르며, 좀 더 정교한 시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로봇수술은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의 장점이 결합돼 큰 인기를 끈다. 비디오 모니터를 통해 10배 확대된 3차원 입체 화면은 마치 배를 개복한 상태에서 맨 눈으로 자궁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이 넓은 수술 시야를 확보해준다. 또 복강경 수술과 같이 피부 절개 부위가 작기 때문에 출혈량이 적고 상처도 작아서 미용 효과는 물론 회복도 빠르다.
무엇보다 로봇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져 자궁 손상이 최소화됨에 따라 수술 후 임신을 시도할 경우에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자궁근종절제수술을 받아야 하는 가임기 젊은 여성들이 로봇수술을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에서 최근 3년간 자궁근종절제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면면을 봐도 로봇수술을 선택한 환자 중 64%가 미혼이었다. 또 이들의 평균연령은 35.1세로 조사됐다. 반면 복강경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평균연령은 39세였다. 이는 미혼 여성, 장차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일수록 로봇수술을 더 많이 선택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현 시점에서 로봇수술이 개복이나 복강경수술 방식보다 더 우수하고 효과적이라고 말할 순 없다. 환자의 질환과 상태에 따라 최적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게 바로 정답일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김미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