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의 한국전쟁 종군 산문 ‘종군습유첩’ 발굴
입력 2013-03-10 19:37
“전선에서 가장 깊이 느낀 것은 대지의 정적이다. 그 두려운 위엄과 깊은 고요의 황홀한 고독이 오히려 높은 절규처럼 귀를 울린다.”
계간 ‘문학의오늘’ 2013년 봄호는 시인 박목월(1916∼1978·사진)의 한국전쟁 종군기인 산문 ‘종군습유첩(從軍拾遺帖)’을 발굴, 공개했다. 서지학자 문승묵씨가 1951년 4월 15일 국방부 정훈국에서 펴낸 ‘국방’ 속간 2호에서 발굴한 산문은 ‘빠진 글을 보충한다’는 뜻의 ‘습유’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1·4후퇴까지 종군 경험의 한순간을 시적 삽화처럼 복원하고 있다.
“구월 하순, 우리는 대구를 떠났다. 가을 날씨가 암담(暗曇)이 순조롭지 못한 음산한 날, 그처럼 갈망에 목이 잦은 서울을 향해 종군을 떠났다. (중략) 골짜기에는 근근하고 짭조롬한 시체 썩는 냄새… 그것은 얼간 고등어 냄새다.”
연보에 따르면 박목월은 박두진 조지훈 등과 함께 공군종군작가단에서 활동했다고 기록돼 있지만 이 산문을 통해 박목월은 공군종군작가단에 참여하기 전 육군과 함께 한국전쟁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 가운데 하나였던 경북 왜관 다부동 전투에 종군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의 일행은 갓 스물이 됐을까 싶은 상사를 인솔자로 해서 병사 네댓 명, 시인 C씨와 사진반 몇 명, 그리고 도중에 동승하게 된 북한군 포로 한 명이었다. 박목월은 특히 “북한군 포로에게 밥을 듬뿍 퍼주던 젊은 상사의 치기만만한 순정을 경이에 가까운 눈으로 쳐다보았다”면서 국군 일행보다 북한군 포로에게 더 본원적 배려를 하는 장면을 인상 깊게 들려주고 있다.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박목월은 전쟁의 숭고함을 ‘신과 같은 눈’으로 바라봄으로써 전쟁이 가지는 냉혹함과 따뜻함의 양면성을 응시하고 있다”며 “이 산문은 이러한 그의 생각과 성정과 스타일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