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내부거래 관행 뿌리 뽑을 것”…2013년 계열사간 거래 10% 이상 줄이기 결의

입력 2013-03-10 19:33 수정 2013-03-10 23:43


SK그룹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계열사 간 거래량 줄이기에 나섰다. 이는 새 정부 출범 후 강화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핵심내용 중 하나인 내부거래 관행 근절에 대한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10일 SK그룹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이 그룹 내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SK C&C와의 올해 거래 규모를 각각 10% 이상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SK C&C와 2150억원의 계약을 맺었지만 올해는 10% 줄어든 1950억원을 거래 금액으로 정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SK C&C와의 거래 물량을 지난해 455억원에서 올해 390억원 규모로 14.2% 삭감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그룹 광고대행 관계사인 SK플래닛에 맡겨왔던 자사 광고를 올해부터 외부 업체와의 경쟁을 통해 제작하기로 했다.

특히 SK C&C처럼 그룹 전산망을 총괄하는 SI의 경우 그동안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업종으로 꼽혀왔다. 2010년 매출액 비중에서도 현대오토에버(90.9%), 롯데정보통신(80.0%), 포스코ICT(73.0%) 등 그룹 내 SI 계열사들은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나타냈다. 기업들은 SI가 그룹의 영업기밀과 재무정보 등 핵심기밀을 관리하는 만큼 경쟁사나 외부 업체에 맡기기 힘들다고 항변해 왔지만, SK 측은 핵심적인 부분 외에는 가급적 아웃소싱 등을 통해 SI 물량을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SK C&C는 글로벌 사업 확대 등 외부 매출을 늘려 내부거래 축소에 따른 타격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실제로 SK C&C는 2000년 전체 매출 대비 10%에 불과했던 외부 매출 비중을 지난해 35%까지 끌어올렸고, 글로벌 매출 비중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바 있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의중을 반영해 향후 이러한 방안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SK C&C와 관련해 공정위가 부과한 계열사 부당지원 과징금은 문제가 있는 만큼 예정대로 항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