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오염 제거작업 했다지만” 불안 여전… 日, 토양 오염에 쌀·채소 노출 우려
입력 2013-03-10 19:24 수정 2013-03-10 23:35
일본 후쿠시마 시가지에서 차로 20분 남짓 떨어진 산악지역 오나미(大波). 감나무에 달린 감이 시커멓게 변해 있다. 62세의 주민은 “감이 열리긴 했지만 못 먹어서 놔뒀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30그루가 넘던 정원의 나무를 뿌리째 뽑아 버렸다. 신축 기념으로 노모가 심었던 감나무만 남아 있을 뿐이다.
오나미 지역은 지진 이후 후쿠시마 내에서 처음으로 방사능 오염을 제거하는 작업이 시작된 곳이다. 지표면의 흙은 3~5㎝를 파내고, 풀을 깎고, 건물은 물로 닦고 도로는 쇠로 깎는다. 이렇게 하면 방사능량이 적게는 40%, 많게는 90%까지 줄어든다.
1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오염 제거작업 이전에 이 지역 흙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2.9μ㏜(마이크로시버트)였으나 최근에는 0.4μ㏜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서울 뉴욕 같은 대도시의 일반적인 방사선량(0.1μ㏜)의 4배다. 오염된 흙은 쌀 채소는 물론 소 돼지 닭까지 방사능에 노출시킨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규제 기준을 완화해 식품관리를 방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역자치진흥협회 회장인 한 남성은 “눈이 녹으면 방사능 수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우리가 포기해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다시 한번 오염 제거작업을 해주길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에 쓸려간 잔해도 문제다. 프랑스 환경단체 ‘로빈후드’는 동일본 대지진 때 집·차·폐기물 등 500만t이 바다에 버려졌다고 추산했다. 일본 전국에서 1년간 나오는 폐기물의 3200배다. 이 중 350t은 바닷속에 잠겼으나 나머지는 태평양을 떠돌고 있다. 지난해 초 미국 오리건과 알래스카에서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가 든 컨테이너와 빈 배, 무너진 다리의 잔해가 발견되기도 했다.
영국 국립해양학센터 사이먼 박설씨는 “유해물질은 대부분 바다에서 분해되지만 플라스틱은 미세입자 형태로 어패류에 흡수돼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된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대지진 2주기를 앞둔 9일과 10일 도쿄에서 1만5000명이 모여 원전 반대 시위를 벌였다. 교토에서도 3500명이 모여 아베 신조 정권의 원전 재가동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