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 1가드+4포워드 문경은 지략 농구판 강타
입력 2013-03-10 19:14
“6강 플레이오프를 다툴 다크호스.” 프로농구 전문가들이 이번 시즌 개막 전 서울 SK에 대해 내린 평가다. 고질적인 모래알 조직력이 또 SK의 약점으로 꼽혔다. 지난 시즌을 9위로 마친 SK의 ‘순둥이 초보 사령탑’ 문경은(42) 감독은 ‘독기’를 품었다. 그리고 자유분방하기로 악명이 높은 SK의 분위기를 확 바꿨다. 이번 시즌 예상을 뒤엎고 코트에 돌풍을 일으킨 SK는 마침내 지난 9일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원정 경기에서 73대 66으로 승리를 거두고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문 감독은 이번 시즌 초반부터 선수들의 기강을 다잡았다. 최선을 다해 뛰지 않는 선수는 누구든 벤치에 앉혔다. “코트에서는 선후배가 없다”는 게 문 감독의 철학이다. 특히 문 감독의 ‘적성 농구’는 SK의 정규리그 우승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문 감독은 선수들의 적성을 모두 파악한 뒤 그에 맞는 플레이를 주문했다. 공격 성향이 강한 선수에게 기본적인 수비만 하면 마음껏 슛을 쏘게 하는 식이었다. 문 감독은 선수들이 나태해지면 무섭게 다그치지만 코트 밖에선 형님처럼 선수들을 대한다. 선수들과 수시로 개인 면담을 하고, 공식적인 자리에선 칭찬으로 기를 살려 준다.
문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큰 고민이 있었다. 공만 주면 점수를 빼내는 강한 센터가 없었던 것. 문 감독은 외국인 선수 선발에서 5순위로 밀려 다른 팀들에 센터들을 빼앗기자 포워드인 애런 헤인즈를 선택했다. 그리고는 팀에 풍부한 포워드 자원을 활용해 팀 체제를 ‘1가드-4포워드’로 바꿨다. 가드 김선형과 발이 빠른 4명의 포워드(최부경, 김민수, 애런 헤인즈, 박상오)로 구성된 ‘1가드-4포워드’는 공격과 ‘3-2’ 지역방어에서 무서운 위력을 발휘했다. 10일 현재 SK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76.6점으로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경기당 평균 실점은 68.9점으로 모비스(67.4점)에 이어 2위다.
SK에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우승을 안긴 문 감독은 9일 열린 정규리그 우승 기념 회식에서 “정규리그를 1, 2쿼터라고 한다면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이 3, 4쿼터라는 마음가짐으로 통합 우승까지 달려가자”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10일 경기에서는 6위 삼성(21승30패)이 홈코트에서 강동희 감독의 승부 조작 연루 의혹으로 뒤숭숭한 동부를 97대 67로 꺾고 3연승을 질주하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었다. 동부구단은 강 감독에 대한 영장이 청구됨에 따라 9일 울산 모비스와 이날 경기 등 잔여 5경기를 김영만 코치 체제로 치르기로 했다. 전자랜드는 KT를 81대 68로 눌렀고, KGC는 LG를 73대 64로 제압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