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권투선수’ 김정일 보다 위험”… 美 정부·의회 관리들 평가

입력 2013-03-10 18:47

미국 정부와 의회의 한반도정책 담당자들 사이에서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보다 더 위험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 의회 소식통은 9일(현지시간) “김정일은 공세를 취하다가 때가 되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는 등 ‘밀고 당기기’를 했는데 김정은은 한 방향으로 밀어붙이기만 한다”며 “젊어서 그런지 훨씬 과격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10여년간 하원 외교위원회 등에서 의원 보좌관과 전문위원을 지낸 동아시아 전문가다. 그는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고 외국 생활 경험이 있으므로 아버지보다 이성적일 것이라는 관측은 완전히 빗나갔다”고 덧붙였다.

CNN도 8일 미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김정은이 작고한 아버지 김정일보다 예측불허이며 위험하고, 생각을 읽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한 고위 관리는 “김정일은 냉정하고 계산적이어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출구(off-ramp)’도 의식하고 있었다”면서 “그가 위협의 강도와 범위의 측면에서 이번처럼 극단적으로 나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버지 김정일이 (용의주도한) 체스선수라면 김정은은 권투선수라고 말했다. 피 튀기는 몸싸움을 회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다른 고위 관리는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이 김정은이 해외에서 교육받았으므로 서방국가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불행히도 그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김일성이 간 길을 똑같이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리는 최근 잇따르는 북한의 위협을 수사(rhetoric)나 선전으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김정은은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라고 우려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천명한 박근혜 정부가 갓 출범한 시점에 북한이 위협의 강도를 최고조로 높이고 있는 점은 더욱 기이하다고 CNN은 전했다. 한 관리는 최악의 경우 북한정권이 아무런 계획 없이 이 같은 도발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오판의 위험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