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들에 일주일 전부터 “전투식량 준비” 다그쳐

입력 2013-03-10 18:47

북한 전군에 전면전 준비 명령이 떨어진 가운데 북한 주민들도 전투식량을 준비해놓고 매일 전쟁에 대비한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열악한 경제사정에 전시 훈련까지 강요당하고 있어 극한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10일 탈북자 구출단체인 갈렙선교회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일주일 전부터 주민들에게 전투식량을 준비하라고 지시하고 청소년부터 60대 주민들까지 매일 훈련에 동원하고 있다. 갈렙선교회 김성은 대표는 “최근 북한 소식통으로부터 주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주민들이 장사하는 도중에 훈련을 받아야 해 힘들어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이 때문에 주민들은 이번에 전쟁이 터져서 이기든 지든 결판이 나기를 바라고 있다”며 “(전쟁에) 지면 잘 사는 한국에 흡수돼서 좋고, 이기면 한국을 빼앗을 수 있다는 식의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전면전이 임박했다는 소식은 이미 한 달 전부터 나왔다고 한다.

국내 탈북자들에 따르면 전투식량의 경우 군인들은 군대에서 배급을 받지만 주민들은 각자 준비를 해야 한다. 주로 미숫가루 등을 3∼7일 분량으로 준비해 검열까지 받는다.

탈북자들은 이번 주민 전시 훈련은 전면전에 대비한 것일 수도 있지만, 3월 춘궁기 배고픔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억누르고, 김정은 체제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10년 전 탈북한 박모(36·여)씨는 “하루 끼니도 모자란 판에 전투식량까지 준비한다는 것은 피를 말리는 일”이라며 “북한 정권이 유엔의 제재 등으로 사방이 막히자 전면전을 핑계로 주민만 괴롭히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 주민의 전시 훈련은 15∼16세의 붉은청년근위대를 비롯해 민병조직인 노농적위대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훈련 명령이 떨어지면 학교나 일터에서 하던 일을 중지하고 지역별 훈련장에 모여 군사훈련을 받는다.

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8일 북한 전역에 ‘방공훈련’ 지시가 내려졌으나, 세계 여성의날을 명절로 지키라는 방침에 따라 훈련을 미루거나 생략한 지역도 있었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 수비도 한층 삼엄해져 현재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탈북자들과 국내 탈북단체, 선교사 활동 등에 대한 중국 공안의 감시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유엔 제재에 따른 엄포용으로 남한에 대한 국지전적 도발을 배제할 수 없다”며 “동성서격(東聲西擊) 전술을 구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성서격은 ‘성동격서’(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는 뜻)의 북한 말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좋아하는 전술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