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은 또다시 선거에만 몰입할 판이라니
입력 2013-03-10 18:42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귀국으로 다음달 24일 열리는 재·보궐선거가 벌써부터 가열되고 있다. 대선이 끝난 지 3개월이 채 안 됐고, 새 정부 출범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언제 통과될지 모르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선거에만 쏠려있는 것이다.
국회가 정쟁과 당리당략을 버리고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주기를 바라는 국민들에게 또다시 시작되는 정치인들의 ‘선거 올인’은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대의민주주의 제도 속에서 선거는 모든 정치적 활동의 출발점이다.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나라를 위해 제대로 일할 사람을 뽑는 것보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이라면 당연히 후보자를 공천해 유권자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모든 선거마다 사활을 걸며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면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번에 치러지는 4·24 재보선이 그런 경우다. 처음에는 서울 노원병, 부산 영도, 충남 부여·청양의 국회의원 3명과 경기도 가평, 경남 함양의 군수 2명을 다시 뽑는 선거에 불과했지만 안 전 교수가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하면서 갑자기 이야기가 달라졌다. 여야가 모든 일을 제쳐놓고 또다시 선거에 뛰어든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의 부인 김지선씨는 그제 출마를 선언하며 “이번 선거는 거대 권력에 대한 국민심판의 의미”라고 말했다. 새 정부 첫 국무회의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단순한 재보선에 ‘박근혜 정권 초반 평가’라는 거창한 의미까지 부여된 것이다.
심지어 민주통합당은 안 전 교수의 출마가 야당 재편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만 관심을 보이며 선거준비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새누리당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초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의식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온갖 정치적 의미가 담기면서 여야의 격돌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 쉬지 않고 계속되는 선거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선거에 나섰던 정치인들의 약속이 선거 후 지켜지지 않고, 심지어 없던 일처럼 여겨지기에 피로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회에서는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안철수 신당’과 야권개편, 10월 재보선, 2014년 지방선거에 대한 이야기만 나올 뿐 여야의 정치력은 실종된 상태다.
지금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제시됐던 각종 공약을 여야가 어떻게 실행해 나가는지가 훨씬 중요한 때이다. 국민들은 여야가 한목소리로 약속했던 정치개혁이 국회에서 정쟁과 갈등 없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서민들의 삶을 보살필 각종 민생 법안이 신속하게 처리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