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대폭 인상전 가입을” 절판 마케팅 주의하세요… 당국 규제 비웃듯 기승
입력 2013-03-10 18:36 수정 2013-03-10 09:37
보험료 인상 가능성을 실제보다 부풀려 인상 전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절판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지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빅3’ 중 하나인 한 생명보험 영업지점에서는 아예 설계사들에게 보험료 인상 가능성을 적극 알리도록 교육하는 등 조직적 절판 마케팅 혐의도 포착됐다. 불안감을 조장하는 절판 마케팅은 불안전 판매 소지가 높은 만큼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10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료가 4월부터 7~8% 오른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최근 K생명의 한 영업조직으로부터 소비자들에게 발송됐다. 이 메시지는 보험료 인상으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지금 보험에 가입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K생명의 한 재무설계사는 “우리는 영업지점 조회 때마다 보험료가 오른다는 얘기를 계속 듣고 있다”며 “조회에서는 ‘3월에 가입할 것을 4월에 하면 보험료가 크게 오르니까 고객들한테 이 기회를 놓치지 말게 하라’고 설명한다”고 전했다. 영업조직 차원에서 설계사들에게 절판 마케팅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다른 보험사에서도 이런 절판 마케팅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달 말 보험사 검사 때 절판 마케팅 여부를 집중 점검키로 했다.
보험료 인상 얘기가 나오는 것은 보험료에 영향을 주는 보험 표준이율이 다음 달부터 0.25% 포인트 내려가기 때문이다. 표준이율이 낮아지면 보험금 지급을 위한 돈(책임준비금)을 더 쌓아야 하는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올리거나 사업비를 줄인다.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자 금감원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하고 절판 마케팅은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뒤 같은 내용의 공문을 각 보험사에 발송했다. 당초 보험료가 5~10%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던 보험사들은 이후 꼬리를 내렸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흐름을 보면 보험료가 아무리 올라도 5%를 넘기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보험료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절판 마케팅을 조장하고 있다. 한 대형 보험사 설계사는 “최대한 자제한다고 해도 보험금 지급액이 많아 보험료를 안 올리고는 보험사가 버틸 수 없다”며 “가입자가 나이를 먹는 것까지 반영하면 보험료가 10~20%는 금방 오를 수도 있어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험료 인상을 앞세운 절판 마케팅은 본사 차원의 관리 부실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이후 별다른 지침을 영업조직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보험사는 “우리는 절판 마케팅을 안 하기 때문에 별도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절판 마케팅이 횡행하고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