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부인 출사표… 민주도 “독자 후보 내야” 꼬여가는 야권 단일화 방정식

입력 2013-03-10 18:39 수정 2013-03-10 22:55

다음 달 24일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를 둘러싼 정치권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가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며 무주공산이 된 이곳이 향후 야권발 정계개편의 진앙지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먼저 불을 지핀 것은 11일 귀국하는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다. 송호창 의원을 통해 노원병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측근인 조광희 변호사는 10일 “(노원병 선거가) 새누리당 등 워낙 여러 후보가 있기 때문에 간단한 선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전 교수 귀국길에 동행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조 변호사는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는 쉬워 보이면 다른 곳에서도 들어오니 결국 쉬운 선거라는 건 없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노 전 의원의 부인 김지선씨가 출사표를 냈다. 진보정의당이 전략공천한 김씨는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선거는 안기부 X파일 사건에 대한 국민 법정이 돼야 한다”며 “이번 선거에서 정의가 무엇인지 노원 주민의 힘으로 입증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씨는 언론이 다루지 않던 동일방직 문제를 알리기 위해 1978년 부활절 새벽, 라디오로 생중계되던 여의도광장 연합예배 도중 단상에 올라가 노동3권 보장을 외치다 구속됐던 노동운동가다. 이후 ‘여성의 전화’ 등을 만들며 여성 인권 운동에 앞장섰고, 8년간 의료생협을 비롯한 지역 공동체 운동을 주도해 왔다.

이렇듯 진보정의당이 안 전 교수 귀국을 하루 앞두고 김씨를 앞세우면서 야권의 ‘단일화 방정식’은 고차방정식이 돼가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안 전 교수 귀국 이후 상황을 지켜보며 후보를 낼지, 누구를 낼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당내에선 “우리도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진보 진영에서 진보정의당과 적자(嫡子) 경쟁을 벌이고 있는 통합진보당도 독자 후보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야권의 단일화가 이번에도 이뤄질지,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안 전 교수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될지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복잡한 야권에 비해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김씨가 출마하고 민주당도 후보를 낼 경우 야권 단일화가 쉽지 않아 안 전 교수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 때문에 후보가 확정되면 그때 가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노원병 당협위원장인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출마를 기정사실화했고,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과 안대희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