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귀국 안철수 극복과제는] 82일간의 와신상담… ‘脫아마추어’ 관건

입력 2013-03-10 18:39 수정 2013-03-10 19:56


지난 대선 때 무소속 돌풍을 일으켰다가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미숙한 대응으로 대권을 중도 포기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11일 오후 그간 머물러온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돌아온다. 그는 82일간의 와신상담을 통해 정치 일선에 다시 뛰어들 방침이지만 한번 실패했던 ‘대권 재수생’으로서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안 전 교수는 미국에 체류하며 자신이 정치에 나선 이유인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구체적 실천계획을 보다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선 때의 ‘국회의원 정원 감축’ 논란처럼 정치권의 역학구도나 실현 가능성 등을 감안하지 않고 이상(理想)적인 ‘바른소리’만 다시 되풀이한다면 아마추어 정치인이라는 비판이 재연될 수 있다. 게다가 ‘새로운 정치 시즌2’가 국내외적 안보·경제 불안 상황에서 얼마나 먹힐지도 의문이다.

아울러 그가 정치인으로서 재기하려면 예전의 지지세를 회복해야 하지만 이 역시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상당수 야권 지지자들이 여전히 안 전 교수가 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전 후보를 제대로 돕지 않았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선뜻 그를 지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호남이 민주당도 싫어하지만 안 전 교수한테도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다”고 했다. 때문에 대선 패배로 상심한 야권 지지자들을 위로하고, 민주당과의 관계를 잘 풀어내는 것도 우선과제 중 하나다.

안 전 교수는 일단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근시일 내 기존 정치세력과 합종연횡하기보다 독자 생존 방식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야권 세력과의 ‘아름다운 경쟁’이 아니고 대선 때 후보 단일화 과정처럼 ‘볼썽사나운 경쟁’이 될 경우 지지자들이 오히려 고개를 돌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당장 다음달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의 야권 단일화 문제를 원만히 풀어내는 것도 정치력을 확인받을 시험대다.

종국에는 ‘안철수 신당’ 창당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당장 캠프 출신 일부 인사들이 만든 ‘새정치연대 준비모임’은 이날 서울 영등포역사에서 토론회를 열어 “안 전 교수의 민주당 입당은 정치적 무덤”이라며 조기 창당론을 제기했다. 창당을 할지 말지에 대한 판단과 함께 실제 창당 시 홀로서기에 성공할지가 그의 정치적 명운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안 전 후보 캠프 출신 인사들이 대선을 전후해 그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캠프를 하나둘 떠나간 데서 엿보이듯 정치적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더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