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 “목회자들, 자살예방 위해 힘모아야”

입력 2013-03-10 17:49


“자살은 사탄의 계략이에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겠어요.”

목회자가 설교를 하면서 자살에 대해 이런 식으로 언급했다면 위험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자살 위험군에 처한 신자들을 더 힘들게 하거나, 자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창립 1주년을 맞이한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공동대표 노용찬 목사 등 3명)는 10일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한국교회를 위한 자살예방 가이드북’ 보급 확대에 나섰다.

이 책은 라이프호프 태동의 모태가 된 목회사회학연구소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크리스천 라이프센터 등이 2011년 9월 공동 제작한 안내서다. ‘자살에 관한 설교지침(표 참조)’과 자살자를 위한 장례예식 등을 제시, 자살예방설교 모범 지침서로 평가받고 있다.

라이프호프 운영위원장인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 교수는 “가이드북은 자살에 대해 신학적 논쟁을 떠나 실제 목회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면서 “자살 징후가 있는 성도들과 자살자 유가족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북에 제시된 자살에 관한 설교지침에 따르면 목회자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자살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이다. 자살은 사회·심리·환경·개인적 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믿음이 없어서’ 자살했다는 등 단정적으로 규정하는 건 자살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자살 사망자들이 증가하면서 유가족들에 대한 남다른 배려도 필수다. 특히 ‘가족이 어떻게 했길래 죽기까지 했느냐’는 식의 언급은 유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안길 수 있다. 따라서 설교 중 자살자를 언급하거나 유가족을 노출하는 일은 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밖에 유명인의 자살을 언급하면서 그들의 자살을 정당화하거나 영웅적 결단으로 묘사해서도 안 된다. 자살을 마치 고통해결의 방법으로 설명하거나 설교에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예화로 자살 사례를 소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가이드북은 제시하고 있다. 자살예방 가이드북은 기윤실 홈페이지(cemk.org) 자료실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한편 라이프호프는 올 상반기부터 조직 및 활동범위를 확대해 자살자 유가족을 위한 프로그램과 자살예방을 위한 교회내 소그룹리더 양성 교육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