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기획-국민일보·NCCK 선정 가볼만한 기독 유적지] (1) 호남 지역
입력 2013-03-10 17:40 수정 2013-03-10 20:32
동백꽃 붉은 3월… 그곳엔 日帝도 못꺾은 믿음이
사순절은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절기 가운데 하나다. 사순절 기간 성도들은 절제된 삶 가운데 우리 죄를 대속하기 위해 예수께서 걸으신 고난의 길을 묵상하며 보내게 된다. 국민일보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공동으로 성도들이 사순절 기간 찾아가 묵상할 수 있는 한국기독교의 역사유적지 50곳을 각 지역의 기독교 역사와 함께 소개키로 했다. 유적지는 5개 권역으로 나눠 10곳씩 5회에 걸쳐 소개한다.
호남 지역은 미국 남장로회 선교사들에 의해 1893년 기독교의 전파가 시작됐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1892년 11월 인천 제물포로 들어온 미국 남장로회 선교사들은 이미 들어와 있던 미 북장로회 선교사들과 이듬해 ‘장로교선교부공의회’를 조직했다. 이 회의에서 남장로회 선교부는 자신들의 선교구역으로 전라도를 담당키로 했다. 당시 전라도의 인구는 145만여명이었다.
1893년 6월 남장로회 선교사 레이놀즈(한국명 이눌서)의 어학선생이었던 정해원이 전주에서 거리전도를 시작했고, 동학농민봉기가 끝난 1895년 2월 레이놀즈와 테이트(한국명 최의덕) 선교사가 전주에 파견돼 본격적인 전북 선교활동이 시작됐다.
전남 선교는 1895년 6월 남장로회 선교부가 레이놀즈와 벨(한국명 배유지) 선교사에게 목포 스테이션(선교거점) 개설 업무를 맡기면서 시작됐다. 1898년 개설된 목포 스테이션은 이후 1940년까지 전남 지역 선교기지로 복음 전파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전북 김제 금산리에 위치한 금산교회는 초기 한옥 예배당의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교회 가운데 하나다. 금산교회는 1904년 테이트 선교사의 전도로 세례를 받은 조덕삼과 이자익이 중심이 돼 세워진 교회다. 이들은 1908년 ‘ㄱ자형’ 예배당을 건축했고 이듬해 조덕삼의 하인이었던 이자익이 장로로 장립됐다. 이자익은 이후 1915년 평양신학교를 졸업해 금산교회에 부임했다. 예배당은 100년이 지난 현재까지 교육관으로 사용될 만큼 온전히 보존돼 왔다. 전북도는 1997년 금산교회를 문화재자료 136호로 지정, 보존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 중화산동에 있는 (구)예수병원은 1936년 재건된 유적지로 일제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은 곳이다. 당시 일본은 신사참배 강요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남장로회 선교사들이 운영하던 예수병원의 문을 닫게 했다. 선교사들은 제사용 선반인 ‘가미다나(神棚)’를 병원에 설치하라는 그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다. 지금은 엠마오사랑병원으로 이름을 바꾼 (구)예수병원을 방문하면 맞은편 뒷산에 있는 ‘전주 선교사 묘역’도 함께 찾아가 보는 게 좋다.
광주 양림동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이 여선교사들을 감금했던 수피아여학교가 있다. 수피아여학교에는 1926년 벨 선교사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예배당 ‘커티스 메모리얼홀’과 1911년 본관 건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벽돌건물인 ‘수피아홀’이 있다. 태평양전쟁 때는 루트(한국명 유화례)와 닷슨(한국명 도마리아) 선교사 등 여선교사들이 수피아홀에 감금되기도 했다. 두 건물 모두 간결하고 절제된 모습으로 지어져 선교사들의 소박한 삶을 잘 보여준다.
이상 3곳 외에도 군산 구암교회, 익산 두동교회, 전주 서문교회와 신흥학교, 광주 오웬기념각과 선교사묘역, 목포의 (구)목포중앙교회, 순천 한국기독교선교역사박물관 등이 사순절 기간 방문하기 좋은 호남의 대표적 기독교 역사유적지다(표 참조).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