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나’가 온다… 세계서 가장 오래된 이탈리아 ‘야외 오페라 페스티벌’ 10월 한국 공연

입력 2013-03-10 17:03 수정 2013-03-10 23:51


세계 최고(最古)의 야외 오페라 페스티벌인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공연팀이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아이다’ 내한 공연을 갖는다. 한·중·일 아시아 투어의 하나로 진행되는 이 공연은 베로나 오페라 극장의 연출·배우·세트를 통째로 옮겨온 아시아 최초의 무대라 눈길을 끈다. 하지만 과거 대형 야외 오페라가 비싼 입장료와 지나친 이벤트성 공연으로 연이어 실패를 경험한 바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과 ‘아이다’=매년 여름 열리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오페라의 종주국인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913년 시작된 이 페스티벌은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다. 2세기 초 고풍스러운 대리석으로 지어진 야외극장에서 페스티벌이 열리면 매년 세계 각지에서 100만명 이상의 관객이 몰려든다. 전설적인 디바 마리아 칼라스의 데뷔무대였으며, ‘3대 테너’인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이 이 무대를 거쳐 갔다.

특히 올해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 주세페 베르디 탄생 200주년.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기념 공연 중 가장 주목받는 무대가 베로나 오페라의 ‘아이다’다. ‘아이다’는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의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이 작품으로 이곳에서만 2000여회 공연된 베로나 페스티벌의 대표작이다.

◇제작비 100억원, 세계 최고만 모였다=이번 무대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가 맡았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제인 에어’의 감독으로도 유명한 제피렐리의 ‘아이다’ 연출은 파격적이다. 무대 전면에 거대한 스핑크스를 내세우고, ‘개선 행진곡’ 장면에 말과 낙타를 등장시켜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로 관객을 압도했다.

지휘도 주역배우도 세계 정상급이다. 최고의 이탈리아 오페라 지휘자로 꼽히는 다니엘 오렌이 지휘봉을 잡았다. ‘아이다’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중국 출신 소프라노 후이 헤와 ‘3대 테너’ 이후 최고의 테너로 불리는 프랑스 출신 로베르토 알라냐가 각각 아이다와 라다메스 역을 맡았다.

이번 한국 공연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연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제작비만 100억원, 출연진 또한 1000명이 동원된다. 오케스트라의 규모는 일반 오케스트라의 두 배인 200인조, 합창단 규모는 300명에 이른다.

◇‘운동장 오페라’의 악몽에서 벗어날까=하지만 우려도 있다. 과거에도 거대한 규모와 화려한 출연진을 앞세웠던 대형 야외 오페라가 몇 차례 실패했기 때문이다. ‘운동장 오페라’의 가장 큰 문제는 객석까지 소리 전달이 안 되고, 배우들이 안 보인다는 것.

베로나 극장의 수용 인원은 2만5000여명인데 잠실 주경기장은 8만명이다. 아무리 베로나 무대를 그대로 옮겨오고 오케스트라 규모를 키운다 해도 한계가 있을 법하다. 주최 측은 공연장에 회당 5만명 정도의 인원만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공연기획사 피엠지코리아의 김세진 홍보팀장은 “음향은 객석에 구역별로 추가 스피커를 설치해 보완하고, 무대 양 옆으로 LED스크린을 설치해 멀리서도 무대의 세세한 부분까지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조명·음향 감독을 포함한 베로나 공연팀 실무진이 이달 중순 주경기장을 실측하러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