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맞은 ‘환상동화’… 세 명의 광대, 전쟁·사랑·예술을 이야기

입력 2013-03-10 17:03


연극 ‘환상동화’(사진)에서 배우들은 연기만 하지 않는다. 무용 음악 마임 마술도 해야 한다. 카페에서 발레리나처럼 춤을 출 여배우와 피아노를 잘 치는 남자배우가 필요하다. 전쟁 중 시인 화가 음악가 무용가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여 교감을 나눴던 카페가 배경이다. 영상으로 쏘아 만든 배경 속에서 음악이 흐르고 배우가 춤을 추며 시를 낭송한다. 배우들의 대사도 ‘사랑은 홍역과 같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식으로 문학적이다.

한 배우가 한 배역을 맡아 연기하는 연극이 아니다. 다섯 명의 배우는 기본 배역에 충실하면서도 시시때때로 연극 안에서 새로운 배역을 맡는다. 예를 들어 한 명이 동화책을 읽으면 다른 배우들이 동화에 나오는 왕자가 되고 공주도 된다. 공주를 납치한 용도 됐다가 왕자가 걸어가는 길도 된다. 실험적인 연출이 신선하기도 하지만 다소 산만한 느낌도 든다. 연극을 처음 보는 사람보다는 새로운 연극을 찾는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이다.

‘환상동화’의 중심은 전쟁·사랑·예술 세 가지 이야기를 책임지고 있는 세 명의 광대. 이들은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자고 싸우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다 들어있는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포탄이 오가는 전쟁터. 음악가 출신의 군인 한스는 폭격으로 청력을 잃는다. 카페에서 춤을 추던 마리는 공습으로 시력을 잃는다. 들리지 않는 한스와 보이지 않는 마리가 카페에서 만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사랑을 만들어내고, 사랑은 환상을 만들고, 환상은 현실을 변화시킨다. 이야기 결말을 어떻게 할까, 광대들은 고민한다.

극단 ‘시인과 무사’ 대표인 김동연(38)씨가 직접 쓰고 연출한 작품으로 2003년 12월 서울 동숭동 학전블루에서 열린 제6회 변방연극제에 참가해 처음 관객을 만났다. 이후 부산 울산 대구 안동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공연됐다. 스타 배우가 없어도 캐릭터의 힘으로 돌아가는 연극이 됐고, 올해 초연 10주년을 맞아 다시 대학로 무대를 찾았다.

여러 배우 중에서도 홍일점 마리 역할을 맡은 양잉꼬씨가 눈에 띈다. 양씨는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발레학교를 졸업하고 국립발레단에 몸담았던 경력을 살려 우아한 춤을 보여준다. 5월 26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아트원씨어터 3관.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