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獨 히든챔피언, 주축은 ‘가족기업’
입력 2013-03-10 18:13 수정 2013-03-10 22:51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강소기업인 독일의 ‘히든 챔피언들’은 대개 가족기업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 기술자 출신인 창업자들의 경영 노하우와 기술력이 자녀 세대로 자연스럽게 계승되면서 국가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10일 독일 중견기업 연구소(IFM·Institut fuer Mittelstandsforschung)에 따르면 독일 내 가족기업은 300만개 정도로 전체 중소 및 중견기업의 약 95%에 달한다. 독일 기업 전체 매출액의 41.5%와 고용의 57%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1300여개의 히든 챔피언 가운데 100년 이상 된 장수 가족기업이 1000여개나 된다.
독일 가족기업은 통일 이후 찾아온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독 후 독일 경제는 실업자 증가와 동독 지역 주민들의 재취업 어려움으로 몸살을 앓았다. 독일 정부는 상대적으로 기업경영과 기술력이 뒤떨어지는 동독인을 위해 소규모·소자본의 가족기업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고, 경영교육도 적극 실시했다. 그 결과 동독 지역에서도 자기 자본과 가족·친인척 고용인을 중심으로 한 성공적인 가족기업들이 속속 등장했고, 지역사회에서 탄탄한 경제력을 구축해 나갔다.
독일 가족기업의 특징은 한 업종에 특화하는 한 우물 경영,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독보적인 기술력 유지, 능력 있는 차기 경영자 양성, 종업원과의 신뢰관계 구축, 지역사회와의 공동체 의식 등이 꼽힌다.
프랑크푸르트 괴테대 옌스 갈 경영학과 교수는 “성공한 가족기업을 보면 창업자가 획기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직원들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기술력과 고용이 함께 승계되고 기업 소유주는 직원과 지역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독일의 가족 기업 대부분은 주식시장 상장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주주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 안정된 경영이 가능한 데다 외부 차입을 최소화해 안정된 자본으로 장기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비상장을 선호한다.
상장 기업 전문 경영인은 단기 실적에 연연하며 공격 경영을 하고 구조조정을 하기 쉽다.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경영하고 투자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청년실업률 증가와 조기은퇴, 자영업자 몰락 등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대안으로 가족기업 육성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