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형마트에선 콩나물·계란도 못 사나
입력 2013-03-10 18:39
서울시가 51개 품목을 대형마트에서 팔지 못하도록 규제하겠다는 것은 소비자 편의는 안중에도 없는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콩나물·배추·양파 등 야채 17종, 두부·계란 등 신선·조리식품 9종, 수산물 7종, 정육 5종, 건어물 8종, 담배·소주 등 기호식품 4종, 쓰레기 종량제 봉투 등 51가지를 못 팔게 한다는데 모두 매일 필요한 품목들이다.
전통시장과 동네 슈퍼마켓을 살려야겠다는 서울시의 취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지난 정부부터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로 전통시장과 슈퍼마켓이 고사 위기에 놓이면서 그 어느 때보다 경제민주화 요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이다. 늦게 퇴근하는 맞벌이부부들은 슈퍼마켓이나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고 싶어도 시간대가 맞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부부들이 공산품은 물론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등을 주말에 한꺼번에 구입하기 쉬운 대형마트를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시 방안대로 규제를 추진한다면 공산품은 대형마트에서, 야채·수산물 등은 전통시장에서, 조리식품과 기호식품은 슈퍼마켓을 찾아 하루 종일 발품을 팔게 될 것이다. 인위적 규제일변도의 경제민주화는 소비자 피해를 가져올 뿐이다.
대형마트들은 골목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앞장서서 마련해야 한다. 유통산업발전법상 강제적인 입점거리 제한이나 의무휴업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상도의를 어기지 않고 전통시장이나 동네 슈퍼마켓과 공존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할 때다.
전통시장과 동네 슈퍼마켓 살리기는 품질·가격· 서비스 경쟁력 높이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를 찾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싼 가격에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다. 전통시장 품목에 대한 철저한 위생관리와 유통구조 단순화를 통한 가격 경쟁력 향상, 주차공간 확보와 시설 개선 등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전통시장 소비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현행 30%에서 확대하는 방안도 유인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