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독일의 가업승계는 富 세습 아닌 기술·고용 대물림

입력 2013-03-10 18:30


기업의 가업 승계에 대해 독일 국민들은 ‘부의 세습’ 측면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 등 경쟁력을 대물림하고 기업주가 고용 유지를 통해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을 이어간다는 인식이 강하다.

독일 정부 역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가족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업 승계 비용을 줄이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 왔다. 독일의 경우 가업 승계 상속세의 최고 세율은 30%로 우리나라(50%), 영국(40%), 프랑스(40%)보다 낮다.

또 상속세법에 따르면 가족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면서 상속 이후 7년 동안 사업을 유지하는 경우 상속세를 완전히 면제해 준다. 그리고 기업이 5년 이상 사업과 고용을 유지하는 경우 상속세의 85%를 면제해 준다

대우인터내서널 정지영 구주지역본부장은 “가업 상속 당시의 고용 수준을 10년간 유지하면 상속세를 모두 면제해 주기로 독일 정부가 2007년 세법을 개정했지만 이후 기업들은 ‘부족하다’고 요구했고 2009년 상속세법을 더 완화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 상속세 감면 규정이 더 엄격하다. 중소기업을 승계받는 상속인은 상속 후 10년간 고용을 유지해야만 40% 정도 상속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중소기업 가업 승계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음을 감안해 독일 제도를 벤치마킹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가업 승계를 하되 경영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전문경영인 고용 사례도 늘고 있다.

박재영 주독일 대사관 상무관은 “약 60%의 독일 가족기업이 외부의 전문경영인을 고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의 경영자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온라인을 통해 유능한 인재를 광범위하게 구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가업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전문경영인이 신속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가업승계 웹 사이트(www.next-change.org)를 개설,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6년 이후 가업 승계 과정에서 전문경영인을 고용한 사례 7300건이 이 웹 사이트를 통해 이뤄졌다.

귀터슬로=한장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