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전시-화봉문고 50주년 ‘한국의 고서 1∼6’展] 삼국유사서 삼국사기까지 역사를 보다
입력 2013-03-10 17:40 수정 2013-03-10 17:55
1963년 화봉문고를 세워 외국의 학술잡지, 서적을 수입한 게 출발이었다. 사업수완이 좋아 82년부터 8회에 걸쳐 서울북페어를 주최하기도 했다. 북페어 첫 해, 웬 소장자가 와서 일제 때 발간한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2010 문화재 지정)을 사달라고 했다. 그것이 계기가 돼 고서수집가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까지 빌딩 두 채를 팔면서까지 10만 여점을 사 모았다.
화봉책박물관(2003 개관), 화봉갤러리(2008 개관) 등을 운영하는 ㈜화봉문고 여승구 대표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고서 수집 인생을 결산하는 전시회를 마련했다. 서울 관훈동 화봉갤러리에서 이달부터 6개월간 6차례로 나눠 여는 ‘한국의 고서 1-6’ 전이 그것. 총 2000∼3000점이 선보인다.
1차 ‘책으로 보는 단군 오천년‘전이 30일까지 열린다. 고려시대 일연이 편찬한 삼국유사에는 단군에 관한 기록이 최초로 나오는데, 조선 중종 7년(1512)에 찍은 목판본인 삼국유사 정덕본(正德本) 일부가 소개된다. 신라 고구려 백제 삼국의 흥망성쇠를 담은 김부식의 삼국사기 정덕본도 나왔다.
조선 개국의 피비린내도 맡는다. 새롭게 공개된 좌명공신녹권(佐命功臣錄券·사진) 필사본이 그것이다. 태종은 1401년 2차 왕자의 난을 평정한 뒤, 태조가 태조개국공신을 책봉한 예를 따라 자신을 도운 47명을 선정해 좌명공신 호칭을 내리고 포상했는데, 그 기록을 담은 것이다. 정조가 경서에서 좋은 문장을 골라 편집한 ‘어정제권(御定諸圈)’ 필사본(12책 중 11책만)도 첫 공개됐다(02-737-0057).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