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전시-‘좋은 노동 나쁜 미술’ 김홍석 개인전] 미술품 뒤에 숨은 이름없는 이들의 가치

입력 2013-03-10 17:40 수정 2013-03-10 17:55


‘한국의 제프 쿤스’ ‘비엔날레 작가’.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5월 26일까지 ‘좋은 노동 나쁜 미술’이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여는 김홍석(49) 설치작가에게 붙은 별명이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한 브론즈 조각 ‘개 같은 형태’(사진)에서 보듯 미국 작가 제프 쿤스의 작품을 패러디하고, 이탈리아 베니스(2005), 한국 광주(2006), 프랑스 리용(2009) 등 각종 비엔날레에 줄줄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력은 그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인데 작가의 고민은 정작 다른 것에 있다. 전시를 하기 위해서는 기획을 하는 사람, 작품을 운송하는 사람, 벽면에 그림을 붙이는 사람 등 숱한 노동이 필요한데 이는 등한시하고 작품만 빛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미술품 뒤에 숨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노동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전시 제목을 정했다.

한 사람이 담요를 뒤집어쓰고 서 있는 ‘미스터 김’은 원래 모델이 전시기간 내내 퍼포먼스를 벌이기로 했으나 너무 힘든 노동이어서 설치작품으로 대신했다고 한다. 물감으로 밑바탕을 칠한 캔버스에 일용직 노동자가 일당을 받고 걸레질로 닦아낸 결과물을 보여주는 회화 ‘걸레질’은 육체노동과 지적노동의 차이를 드러낸다. 속임수와 트릭이 만연하는 현실에 대한 풍자다.

전시에서는 조각, 회화,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29점을 선보인다. ‘좋은 비평 이상한 비평 나쁜 비평’ 강연 및 대담 퍼포먼스가 22일과 5월 11일 마련된다. 관람료 3000원(1577-7595).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