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투기 여부 묻자 “투자였고, 2개만 성공”… ‘33가지 비리 의혹’ 김병관 후보자 인사청문

입력 2013-03-08 18:49 수정 2013-03-09 00:12

‘33가지 비리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호된 질책을 당했다. 김 후보자는 일부 의혹을 시인했지만 태연한 태도로 일관해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민주통합당 김진표,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 등은 김 후보자가 무기수입 중개업체인 유비엠텍에서 고문 역할을 하며 K2 전차의 핵심부품으로 독일산 파워팩이 적용되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캐물었다. 김 후보자는 “K2 파워팩 부분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로비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어 “거기(유비엠텍)에 들어간 것은 합작회사를 통해 국산 전차의 부품 조달을 해결하고 엔진 생산기술을 도입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국가에 또 한번 헌신하는 마음으로 그 회사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취업 전에 유비엠텍의 창업주이자 소유주인 정의승씨가 율곡 비리 당시 로비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지 알았느냐”고 묻자 “한참 후에 알았다”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재산 증식과 관련, “저는 청렴하게 살았다. 부동산을 사고팔고 했지만 대부분 손실만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서울 반포동 아파트 등을 투기 목적으로 구입해 차익을 얻었다”고 증거를 제시하자 “투자였고, 딱 2개만 성공했다”고 말을 바꿨다. 다시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2번 이득을 봤다고 하는데 자료를 보면 5번 (이득을) 봤다”고 추궁하자 김 후보자는 “목동 지역은 500만원에 팔았지만 한 달 뒤 1500만원까지 오른 것 보고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더 많은 차익을 내지 못해 안타깝다는 황당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후보자의 재산이 17억6800만원인데 대부분 부동산 거래로 증식했다”며 “김 후보자가 주민등록법·소득세법·지방세법·공직자윤리법 등 4가지 법을 위반했고 처벌을 받았다면 별이 4개다, 4성 장군 출신이 아니라 8성 장군”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자는 “지금까지 위장전입이 17건에 이른다”는 지적에는 “대단히 많은 게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는 “진학 문제도 있었고, 애들 크기 전에 아파트라도 분양받아야 해서 서울에 주민등록을 두고 가야 할 상황도 있었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예비역 4성 장군 신분으로 천안함 폭침 이튿날 골프를 친 것, 연평도 포격 직후 일본 온천 관광을 간 것에 대해 부적절했다고 질타했다. 김 후보자는 “깊이 생각하지 못한 것은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현역 시절 부대 위문금을 개인 통장에서 관리한 것, “군내 자살은 개인의 문제”라고 밝힌 과거 발언도 거센 비판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여러 의혹에 사과하면서도 “장관을 못할 만큼의 잘못은 아니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그는 청문회 도중 말을 바꾸거나 불리한 내용은 “무기 회사에 물어봐라” “말하기 적절치 않다”며 무성의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10일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지만 채택을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