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 재판 개시…9억 수수 의혹 재점화되나
입력 2013-03-08 18:36 수정 2013-03-08 22:48
한명숙(69) 전 국무총리의 재판이 1년여 만에 다시 열린다. 한 전 총리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 5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두 차례 기소됐다. 최고 수사력을 자랑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특수1부가 각각 수사를 맡았지만, 앞선 재판에서는 모두 한 전 총리가 승리했다.
대법원 3부는 한 전 총리의 5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 오는 14일 선고 기일을 잡았다고 8일 밝혔다. 2010년 4월의 1심과 지난해 1월 2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돈을 줬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이 즉각 상고하면서 이 사건은 1년2개월 동안 대법원에 계류돼 왔다.
9억원 수수 혐의 항소심 재판도 다음달 중순쯤 시작될 전망이다. 1심 법원은 23차례 심리 끝에 2011년 10월 무죄를 선고했다. 정치자금 공여자인 한 전 대표가 검찰 조사 때와 달리 법정에서 돈 전달 사실을 부인하는 등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 결론이었다. 당시 검찰은 이례적으로 장문의 반박 자료까지 내고 “법원이 객관적 증거를 무시하고 정치적 판단을 했다”며 반발했다. 한 전 총리는 “정치검찰의 공작에 대한 단죄”라고 검찰을 비난했다.
사건은 서울고법 형사6부로 올라갔지만 이후 1년5개월째 재판 날짜가 잡히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난해 총선·대선 등을 앞두고 재판을 진행하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먼저 기소된 5만 달러 수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 결과를 기다려 보자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 관계자는 “상황이 됐으니 4월 중순부터는 심리를 개시할까 한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변호인 측도 최근 재판 기록을 열람·복사하는 등 재판 준비에 들어갔다.
이번 재판은 한 전 총리나 검찰 모두에게 큰 부담이다. 한 전 총리는 정치 생명이 달려 있고, 검찰로서는 또다시 무죄가 나오면 무리한 정치적 수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은 14일 대법원 선고 예정인 5만 달러 수수 건보다는 9억원 수수 사건에서 유죄를 받아낼 수 있다고 보는 눈치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