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대한문 농성장 방화 동일범 소행

입력 2013-03-08 18:37 수정 2013-03-08 22:55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덕수궁 대한문 옆 쌍용차 농성 천막에 불을 지른 혐의로 지난 3일 붙잡힌 안모(52)씨가 지난달 발생한 인사동 식당가 화재도 저지른 것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안씨는 지난달 17일 밤 서울 인사동 선술집 ‘육미’에서 술을 마시다 이 건물 2층 종업원 탈의실에 올라가 폐지와 옷가지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이 일대 건물 11채를 태운 혐의다. 안씨는 경찰에 “술을 마시다 종업원 탈의실로 올라갔더니 폐지와 옷가지가 지저분하게 있어 건물과 함께 태워버리려고 생각했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안씨는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3일까지 인사동 식당, 명동 농성천막·패스트푸드점·식당, 대한문 농성천막 방화 등 서울 중구와 종로구 일대에서 총 5건의 방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는 다른 4건의 범행에 대해서도 “종로나 광화문은 서울의 얼굴인데 거리에 어지럽게 쓰레기가 방치돼 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는 진술을 반복하는 등 강박증세를 보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쌍용차 농성장 방화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지난 1일 발생한 명동 패스트푸드점 방화와 인사동 화재의 발화 지점이 비슷하고 안씨의 휴대전화에 인사동 화재 장면이 찍혀 있는 사실을 확인해 안씨의 자백을 받아냈다. 당시 안씨는 범행 직후 인근 종로타워로 올라가 휴대전화로 화재 현장을 촬영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불길이 생각보다 크게 번지자, 다시 내려와 비상벨을 4차례 누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서울 종로경찰서는 안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지만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안씨는 2004년 충동장애 증세를 보여 정신병원에 10일간 입원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는 “술을 마시면 ‘불을 질러 거리를 치우라’는 환청이 들렸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안씨가 남산과 서울역 등에도 불을 지르려고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검거가 늦었으면 추가 피해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안씨를 현주건조물방화 등의 혐의로 다음주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