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광부·간호사 부모님의 땀·눈물 다큐로
입력 2013-03-08 18:32 수정 2013-03-28 21:03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어디에 근원을 두고 있는지 알고 싶어 부모님이 남긴 발자취를 찾아 나섰습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자녀들이 50년 전 이국땅에서 조국과 가족을 위해 젊음을 바친 아버지, 어머니의 얘기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한다. 주인공은 독일에 거주하는 재독동포 2세 여성들로서 다큐멘터리 영화 전문가인 김소연씨와 미리암 로시우스씨.
이들은 8일 국민일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40대 초반의 재독동포 2세들로서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절실하게 느껴 최근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키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김씨의 아버지는 1960년대 광산 노동자로 독일에 와 한국인 간호사와 결혼을 한 뒤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장남으로서 고국의 부모들에게 생활비를 보냈다. 김씨는 “몇 년 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로는 아버지가 겪었던 애환을 어머니를 통해서만 들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 직접 아버지가 남긴 발자취를 찾아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66년 베를린으로 건너온 한국인 간호사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로시우스씨. 그는 어릴 적 한국을 방문했을 때 평소 어머니에게서 느꼈던 정서를 발견했다. 로시우스씨는 “흔히 말하는 한국인의 정과 한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알고 싶다”며 “이번 작품 활동을 통해 한국인의 정과 한을 자세히 분석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와 로시우스씨가 만드는 영화 제목은 ‘Mr. Kim und Schwester Lotus Bluete’(김씨와 연꽃 같은 간호사). 이들은 부모들이 살았고 근무했던 한국과 독일의 공간을 재조명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탄광지역과 병원 등을 현지답사했고 다음 달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파독 간호사들의 대부로 불리는 이수길 박사 인터뷰 등을 통해 재독동포 이주 역사를 돌아보고, 노년기에 접어든 재독동포 1세들의 일상도 필름에 담을 계획이다. 이 영화는 파독 광부 50주년을 기념해 오늘 12월 독일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이들은 독일 교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50년 동안 자아실현에 앞서 후손들의 미래에 전념한 재독동포 1세들의 헌신적인 삶을 보존 가치가 있는 예술품으로 기록하고자 한다”며 “작품 안에는 한국의 문화를 통해 비록 2세지만 우리 안에 잠재된 정체성을 되짚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