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활황인데 한국만… 거래액 6년만에 최저
입력 2013-03-08 18:20
올 들어 주가지수가 소폭 상승하고 외국인 투자 규모도 크게 늘었지만 주식시장은 아직도 꽁꽁 얼어붙었다. 국제적인 유동성 확대로 미국 다우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주요 외국 주식시장은 활황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우리 주식시장은 거래대금이 지속적으로 급감하고 증권가는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등 칼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침체에 원고(환율 하락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현상이 겹치면서 우리 기업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북한 리스크 재발도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3조6749억원으로 2007년 3월(3조1491억원)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2007년 3월 이후 일평균 거래대금이 4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도 2008년 8월을 빼면 처음이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증시가 활황이었던 2011년 4월(9조1990억원)과 비교하면 39.9% 수준에 불과하다.
증시 불황의 영향으로 인원 감축이 한창인 증권가에서는 애널리스트(투자분석사)가 2010년 말 1573명에서 지난달 현재 1478명으로 95명(6.0%) 줄었다.
주식 거래 규모가 크게 위축된 이유는 세계 경기침체로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개인은 물론 기업들도 투자를 줄인 채 현금을 곳간에 쌓아두기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는커녕 가지고 있던 펀드까지 깨서 현금으로 가져가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2000을 넘긴 지난달 20일 이후 9거래일간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만 1조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기관들마저 거래에 소극적으로 변해 우리 주식시장은 외국인이 장을 주도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지난달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 보유액은 약 515조원으로 사상 최고치였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발 악재도 한국 자본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통과와 북한의 반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2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동양증권 조병현 연구원 등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당분간 침체국면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반면 유진투자증권 곽병열 연구원 등 다른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 조만간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제경제 회복 가능성,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미국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 재협상 시도에 따른 불확실성 완화 등이 현실화될 경우 시장이 활황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