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때 초등 중퇴 70대 다시 배움의 길로 “못배운 恨 이제야 풉니다”

입력 2013-03-08 18:18

“중학교에 다니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었는데 부인과 함께 만학도의 꿈을 이루게 돼서 기쁩니다.”

이모(75)씨는 요즘 초등학교를 중퇴한 지 60여년 만에 다니게 된 중학교 입학 준비에 들떠 있다. 이씨가 다닐 학교는 오는 10일 개교를 앞두고 있는 광주 방송통신중학교. 방송통신중학교는 광주와 대구에 설립된 3년제 중학교 과정의 정규 공립학교다. 이씨는 평균 연령이 ‘60대’인 이 학교 입학생들 중 최고령이다.

초등학교 재학 당시 발발한 한국전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업의 꿈을 접어야만 했던 이씨는 역시 초등학교를 다니지 못한 부인 이모(69)씨와 함께 10년 전 검정고시에 응시해 합격했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 진학은 잠시 미뤄둬야만 했다. 이씨는 “중학교 진학은 엄두도 못 내고 있던 차에 딸로부터 방송통신중이 생긴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부인과 함께 지원하게 됐다”며 “건강이 허락한다면 방송통신고에 진학해 학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이씨 부부처럼 중학교 학력을 취득하지 못한 만학도나 소외계층들을 위해 방송통신중이 문을 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구고와 광주북성중에 각각 부설 방송통신중을 설치해 10일 입학식을 연다고 8일 밝혔다. 지난 1974년 방송통신고가 개교한 지 40년 만에 방송통신중이 탄생하는 셈이다.

지난달 두 학교 모두 ‘연장자 우선원칙’에 따라 신입생을 모집한 결과, 정원이 70명인 대구고 부설 방송중은 입학생 전원이 60∼70대, 정원 90명인 광주 북성중 부설 방송중 입학생은 88%가 50∼70대로 이뤄졌다.

김수현 기자